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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Aug 13. 2024

관계 맺기의 어려움

딸의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면

자꾸만 간섭하고 집니다.


- 저 아이는 성격이 쎄 보이는데?

- 쟤는 왜 저렇게 말하지?

- 저런 애랑은 안 놀았으면 좋겠다.


라며 수많은 생각의 가지들이 뻗어 나갑니다.

그 마음을 억누른 적이 많은데요.

곰곰이 돌이켜 보면 결국 아주 어릴 적 제 모습이 투영됐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저는, 

어린 시절부터 어떤 관계를 맺을 때 두려움이 좀 컸습니다.

거절이 어려웠어요. 따돌림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고요.

초등학교 때, 여러 가지 경험을 좀 한 것 같습니다.

당하기도 했고 당하는 것을 보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의견을 숨기고 맞추게 됐습니다.

소외될까 두렵고, 멀어질까 조바심이 났어요.

HOT나 젝키 안 좋아해도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은

또래 사이에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까 봐, 

겁이 났기 때문이에요.


사실 저는, 핑클이나 SES처럼 여자 아이돌을 

좋아했거든요. 당시 여자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하면

정말 이상하게 쳐다봤기에 포토카드 사서 모아도

말 한마디 못했지만요.


무튼, 그렇게 학창 시절을 지나며 만들어낸 인간관계에서는 

자꾸 제 본모습을 숨기고 맺어왔습니다.

전 나가는 거 정말 귀찮아해요.

단체 모임도 사실 귀찮고요.

그냥 기회가 있으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있는 게

제일 좋아요. 그런데, 그러면 제 주변엔 아무도 남지 않을 것 같아서

만나자 하면 만나고, 모이자 하면 모이는 삶을 살았더랬습니다.

30대 초반까지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아이를 낳은 후부터 그런 것 같아요.

내 아이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 싫었어요.

즐겁지 않은데도 억지로 웃는 엄마,

나가기 싫은데도 눈치 보여 억지로 친구를 만나는 엄마는

좀, 별로잖아요. 제가 봐도.


지금도,

아직 어려운 점이 많지만

그래도 정리하고 있어요.

무슨 '무' 자르듯 싹둑 자르는 것은 아니고요.

그 사람과 나와의 관계를 깊이 있게 생각해 보고

마음속으로 많이 정리해요.


- 아, 이 사람은 사실 만나면 좀 불편해.

- 이 사람은 오래도록 만나지 못해도, 그래도 언제고 편한 사람이야.

- 아, 이 사람은 사실 내가 좀 질투를 하고 있네. 인정하자.


이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정말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만 연락해요.

예전처럼 그냥, 연락이 고파서

카톡을 주야장천 보내야만 인기 있는 것 같아서

메시지 돌리는 일은 잘 안 해요.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정말 의미 있는 관계를 맺으려면

어느 정도 '나'를 오픈해야 한다고요.

전, 오픈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상대를 맞춰 주었기에

상대는 제 생각을 하나도 모르니 답답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요새는 조금 티를 내며 삽니다.


아!


이 글이, 이 링크가 언제고 제 지인에게 

공개될 수 있을 것 같아 미리 덧붙여요.

제가 정리하고 있는 관계로

당신은 결코 아니에요.


정리하고픈 사람에게 제 소중한 이 공간을

알려줄 리 없잖아요.


그러니 걱정 마세요.

그리고 우리 모두 마음 편한 관계만 맺자고요.

'좋아요' 안 받아도

우리 다, 잘 살고 있으니까요. 




사진: UnsplashSuhyeon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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