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오래 쓰는 편이다. 한번 사면 고장이 나도 웬만하면 고쳐 쓰지 새로 사진 않는다. 정든 물건에 대한 애착이 많다.
글쓰기 작업을 시작하고 나서 남편이 자주 물었다.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새로 사는 게 어떻겠느냐고. 같은 값이면 성능 좋은 데스크톱이 더 좋지 않겠냐고.
벌써 3년째 설득 중인데 3년째 잘 방어하고 있다. 개로 사준다는 걸 마다하는 게 신기하겠지만 나름 철학이 있다.
21년 브런치 처음 시작하고부터 다짐한 것이 있다. 내 이름 걸고 새책 한 권 나올 때, 그때 뭐든지 바꾸겠다고. 그전까지는 지금 쓰는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바꾸지 않겠다고.
3년이 흘렀다. 몇 번의 포맷을 거친 노트북은 아직 거뜬하고 아이패드는 비록 펜슬이 망가지는 참사를 겪었지만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하면 타자 치는 것은 끄떡없다. 심지어 내게는 아이패드 미니도 있다.
아직 나는 이렇다 할 책도 내지 못하고
작가로서 데뷔를 한 것도 아니어서 감히 바꿀 엄두도 내지 못한다. 3년 정도면 뭐라도 이루지 않을까 했는데 일을 하면서 작품을 완성하는 건 생각보다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글로만 밥 벌어먹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결국 어떤 일이든 병행을 해야 한다면 지금 하는 일에 만족감을 (최대한) 느끼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차분히 앉아서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껏 되지 않아 늘 글쓰기엔 갈증이 뒤따른다.
성공하면 살 거야,라는 나의 선전포고가
현실이 되는 날까지,
어쨌거나 멈추지 않고 쓰고 또 쓰리라.
분명히 그러리라.
그러면 분명 정든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바꿀 수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