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를 위한 빨간약(2)

[분석 1_1/3]

by 김명우

•위화감과 소탈함의 정체.


‣사전적 정의부터 봐야겠습니다. 위화감은 ‘조화되지 않는 느낌’입니다. 보통 인간관계에서 위화감이라고 부르는 감정은 상대가 보이는 것과 달리 느껴진다에 가깝습니다. 즉 사물이 보이는 것과 다를 수 있음이라는 경고 메시지입니다.


이런 위화감은 왜 발생하는 걸까요?


위화감을 느끼는 건 관찰하는 주체입니다. 이때 주체인 나(我)는 객체인 상대를 보며 나름대로 평가합니다. 보통 평가의 근거가 되는 건 주체의 경험과 인식입니다. 하지만 내가 평가한 것과 다르게 상대는 자기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내게 새로운 상을 심어주려고 합니다. 이때 우리는 위화감을 느낍니다. 문장으로 출력한다면 이렇습니다.


“보이는 거랑 달라 보이는데......저렇게 말하는 의도가 있나?”


위화감은 주체의 인식과 객체의 주장이 달라짐으로써 추가 해석의 피로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부정적 감정입니다. 내가 관찰한 바와 상대가 주장하는 바가 다르기에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거나 상대의 주장을 따져봐야 하는 거죠. 결국, 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인 정보를 모으고 이를 조직화해서 재평가해야 합니다.


우리는 자신이 틀렸다고 여기는 걸 힘들어합니다. 이건 자기 인식, 판단 시스템 자체를 공격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또한 이성적으로는 자기 판단을 의심할 수 있지만, 감정은 그렇지 않습니다. 의식적으로 노력해도 위화감이 드는 사람을 편안하게 느낄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자신에 관한 특정한 상(相)이 있어도 그걸 타인에게 납득시키려 하는 건 관계 형성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관찰되는 내 모습과 일치했을 때도 이익이 적고 불일치할 때는 위화감을 일으키니까요. 더욱이 인간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힘듭니다. 우리는 3인칭과 1인칭의 관점을 혼재해서 나를 바라보는데,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려면 오직 3인칭의 관점만 유지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자아상을 형성하고 확정했다고 해도 타인에게 그를 표현할 이익이 거의 없습니다. 특히 자신에 관한 긍정적 표현을 할 거라면 더더욱 이익이 안 됩니다. 그건 상대방이 원하지도 않는 정보일 때가 잦은 데다가, 불일치하면 허세로 여길 수 있거든요.


이번에는 소탈함을 정의해봅시다. 소탈함은 사전적으로 ‘예절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수수하고 털털하다’로 정의됩니다. 인간관계에서 소탈함은 그 사람의 지위에 비해 따지는 게 적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로 정의하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이 소탈함을 좋은 가치로 여기실 겁니다. 우리는 왜 소탈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낄까요? 소탈함은 위화감과 달리 해석의 피로를 야기하지 않습니다. 즉 소탈함은 내가 판단한 모습과 상대의 행동이 일치하거나 그보다 긍정적일 때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소탈함이 곧 정직함 아닌가요?


일편 헷갈리기 쉬운 개념이기에 차이를 비교하겠습니다. 소탈함과 정직함을 가르는 기준은 지위입니다. 우리가 소탈함을 느낄 때는 나보다 높은 지위를 누리는 이가 나의 예측과 다르게 행동할 때입니다. 예를 든다면 조별 과제를 하는 조원과 조장 사이에서 소탈함은 극적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는 조장과 조원 사이에 위계 차이가 존재하지만, 사실상 학생이라는 같은 위계에 속해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학생과 서슴없이 어울리는 교수님이나 사원에게도 깍듯하게 대하는 사장님을 보면 소탈함을 느낍니다. 이건 공포에서 오는 감정입니다. 일반적인 사람은 상급자에 대한 부정적 상을 하나씩 지니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교수님이라면 권위적인 경향성을 사장님이라면 갑질할 수 있다는 선입견을 품을 수 있죠. 그래서 우리는 지위가 높은 이들을 만날 때면 특정한 상을 가정하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말과 행동을 삼갑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보다 확연히 위계가 높은 이가 나의 부정적 예측과는 다른 긍정적 행동 혹은 나와 위계가 비슷해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어떨까요. 뇌의 관점에서는 근거 없는 공포가 제거됐을 뿐만 아니라, 상대 앞에서 조심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으므로 해석과 행동 결정의 피로가 혁신적으로 줄어드는 일대 사건을 맞이합니다. 결국 위화감은 정직함과 달리 명백한 위계의 차이와 공포가 존재했을 때 더 잘 관측된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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