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를 위한 빨간약(3)

[분석 1_2/3]

by 김명우

•주장하는 나와 관측되는 나.


‣문답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여러분과 친하지 않은 사람이 아래와 같은 질문을 했을 때 어떻게 답하는 게 좋을까요?


Q. “OO씨는 자기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일반적인 대답은 이럴 것 같습니다.


A1. “사교적인 사람이에요. 시간이 날 때마다 친구들이랑 술 마시거든요.”

A2. “저도 잘 모르겠어요. 딱 한 마디로 어떻다고 말하기 어렵네요.”


두 답변 중에 어느 쪽이 더 끌리시나요. 제가 보기에는 A1이 조금 더 낫습니다. 적어도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A1의 대답이 Q의 인식과 상이하면 외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면 A2는 위화감을 불러오지는 않지만, 질문에 대한 답을 회피하게 되므로 Q는 다시금 질문해야 합니다. 이건 좀 피곤할 수밖에 없겠네요. 그래서 A2보다는 A1이 불완전하나마 더 낫다고 말한 겁니다. 반면 이 둘을 절충한 A3의 방법도 있습니다.


A3. “다들 저를 다르게 평가해서요. 혹시 제 친구들이 말하는 제 모습을 말해도 괜찮을까요?”


지금의 답변이 A1, A2와 다른 점은 뭘까요. 우리는 자기를 표현할 때 1인칭적 관점을 활용합니다. 그러나 평가할 때는 3인칭의 관점을 동원하죠. 이를 기초로 보면 A1, A2는 1인칭적 관점의 대답이 됩니다. 그러나 A3는 1인칭의 문답을 3인칭으로 바꿔 대답하고 있습니다. 이에 서로 대화하는 주체 사이에 1인칭적 관점은 사라지고 3인칭 시점의 논의가 오가는 겁니다. 이렇게 대답하면 뭐가 좋을까요?


진실성을 확보하기가 좀 더 쉬워집니다. 우리는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것보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평가받는다고 말하는 게 더 유리합니다. 그래야 상대가 좀 더 신뢰하거든요. 즉 주장하는 나가 아닌 관측되는 나를 말하는 게 위화감을 덜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특정한 의도도 없어 보인다는 뜻이죠. 조금 더 세밀하게 각 답변의 장단점을 볼까요.


A1 : 자신의 명확하게 표현함으로써 자신감을 드러냅니다. 반면 질문한 사람의 관측과 주장하는 사람의 답이 상이했을 때 위화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A2 : 위화감이 발생할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자기를 표현하지 않았기에 자신감 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A3 : 질문하는 사람의 관측과 주장하는 사람의 답이 상이해도 위화감을 덜 느낍니다. 그러나 자신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보다는 자신감이 부족해 보일 수 있습니다.


즉 각자 장단점이 있지만, A3가 가장 위험도가 낮음을 말하고 싶습니다. 다만 A3의 방식으로 대답하면 반드시 추가 질문이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Q. “그럼 주변 사람은 OO씨를 어떤 사람이라고 평가해요?”

A3. “친구들은 저를 (평소 관찰되는 긍정적 모습)의 사람이라고 말해요.”

여기서 괄호에 들어갈 내용은 타인에게 잘 관찰되는 내 자질이어야 합니다. 저를 예로 든다면 설명을 잘하고 솔직한 사람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실제로 그런 모습이 관측되는 데다가 일관적으로 드러나거든요. 이런 식으로 대답하면 제가 지닌 긍정적인 면을 전달하면서도 위화감을 덜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주장하는 나와 관측되는 나의 차이를 이해했다면, 내가 인정받고자 하는 모습을 주장하지 않아야 함을 깨달아야 합니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종종 자신이 변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건 허망한 말입니다. 관측이 먼저고 주장은 그 뒤를 따르거든요. 이 말을 해서 얻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만약, 진실로 변했다면 관측될 것이고 변하지 않았다면 허세를 부리는 게 되니까요. 좀 더 명확한 이해를 위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는 고민이 있을 때 주변 사람에게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죠. 여러분은 이럴 때 어떤 사람에게 자문하나요. 여기 세 명의 사람이 있으니 한 번 골라보세요.


갑 : 평소 주변 사람의 일에 관심이 많은 성격입니다. 타인에게 조언하는 걸 좋아해서 조언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습니다.


을 : 과묵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친구가 많지 않습니다. 남들에게 조언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옮기지도 않습니다.


병 : 온화하고 신중한 성격으로 말을 가려서 하는 사람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하면 반론을 제기하기보다는 끝까지 들은 후 피드백해 주는 사람입니다.


셋 다 고민을 털어놔도 들어줄 만큼 친하다면 우리는 누구에게 조언을 구하는 게 좋을까요. 표면적으로만 보면 갑에게 구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도 있고 조언이 필요하면 말하라고 했으니까요. 반면 을은 부적합해 보입니다. 남들에게 조언할 만한 성격이 아닌 것 같으니까요. 반면 병은 두 사람의 중간 지점으로 보여서 부담 없이 조언을 구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주장으로만 본다면 갑‣병‣을 순으로 조언을 구하는 게 맞을 겁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될까요? 여러분도 분명 세 사람을 보면서 나름대로 생각을 했을 겁니다. 저라면 병‣을‣갑 순으로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갑은 좋은 사람이고 내게 호의도 지니고 있지만 나의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해버릴 위험이 있거든요. 을은 조언을 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고민을 털어놔도 샐 염려는 없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그가 주장했다고 해서 그의 말대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장하기에 앞서 어떻게 관측될지를 고민하고 따져봐야 합니다. 영업이나 부동산 중개하는 분들이 고급 승용차를 타는 건 관측이 주장을 넘어서는 이런 원리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관측되지 않는 사실은 주장하지 않는 게 유리합니다. 그래도 꼭 말하고 싶다면 내 주장이 관측될만한 기회가 있을 때 말하는 게 좋습니다. 클럽에서 부스나 테이블을 잡지 않고 자신의 부를 말로 과시하는 건 허세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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