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1_3/3]
•면접의 기술.
직업 특성상 면접과 관련한 질문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이중 반복적으로 나오는 내용 두 가지를 추려보면 공백기와 약점을 지적하는 질문입니다. 우리가 공백기와 관련한 질문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정말로 한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성과가 있다면 공백기는 더는 공백기가 아니게 됩니다. 가령, 노무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1년을 매진해 합격했다면 그는 공백기와 관련한 질문을 환영하겠죠.
하지만 현실을 이렇지 않죠. 공백기는 약점으로 작용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내 약점을 노출하고 싶지 않은 방어심리가 먼저 발동합니다. 실제로 지원자들에게 공백기 때 뭘 했냐고 물어보면 다들 우물쭈물합니다. 마땅히 한 게 없거나, 했더라도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일이었거든요. 약점을 지적하는 질문도 이와 같은 원리가 작용합니다. 대표적으로 학점이 낮거나, 관련 자격증이 없거나, 경력이 부족하다거나 하는 질문이 잦죠. 본질적으로 이 두 질문은 모두 방어기제를 발동시킨다는 점에서 동일하게 작용합니다. 하지만 면접은 어떻게든 나를 돋보여야 하는 자리이기에 우리는 이런 반응을 보이고야 맙니다.
“비록 공백기가 존재하지만, 그때 저는….”
“학점이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학업 외적으로 저는….”
이 공백기와 관련한 면접 중 기억에 남는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모 그룹의 최종 면접이었습니다. 연구개발 부서가 경주에 있었는데, 당시 R&D 지원자 중 한 명에게 공백기에 뭘 했느냐고 면접관이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그가 이리 대답했습니다.
지원자 : “면접관님 경주에는 아름다운 곳이 많습니다.”
면접관 : “그래서요?”
지원자 : “경주의 아름다운 곳을 지난 1년간 돌아보고 오느라, 어쩔 수 없이 공백기가 생겼습니다.”
(잠시 침묵)
면접관 : “아니~그러면 계속 경주를 여행하시지 왜 우리 회사에 지원하셨죠?”
지원자 : “아름다운 경주에 있는 OO그룹이라면 행복하게 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깊은 침묵)
면접관 : “옆에 분 말씀해보시죠.”
만약 우리가 면접에 참여했다면 어떻게 말해야 했을까요. 정말로 공백기 내내 경주를 여행하고 놀았던 게 전부라면 어떻게 말하는 게 최선일까요? 지금 우리는 명제 하나인 [나는 관찰된다]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면접관의 질문은 1인칭일까요 3인칭일까요. 그의 의도는 평가하기 위함이므로 3인칭으로 보는 게 맞겠습니다. 더욱이 공백기라고 인식한 이 질문을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면접관이 보기에 공백기는 정말로 공백으로 느껴져서 묻는 겁니다. 무려 1년이 비었는데 진짜 이 시기에 뭘 했는지 알고 싶은 거죠. 약점을 지적하는 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객관적인 약점이 ‘관측’됐기에 이미 부정적 인식을 깔고 묻는 겁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방어심리가 발동하는 건 어쩌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미 관측된 부정성에 대해 우리가 다른 대답을 한다 해도 상대를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습니다. 다른 가치나 노력, 성과를 들어 이를 만회하려는 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방법을 권합니다.
면접관 : “작년부터 올해까지 1년간 공백이 있는데, 이땐 뭘 하셨나요?”
지원자 : “여행을 좀 했습니다. 이전까지 취업을 위해 노력하다가 1년간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해 경주를 비롯한 일대를 돌아다녔습니다.”
면접관 : “그럼, 지원자님은 이 시간을 허비하신 거네요. 남들은 취업 준비할 때 놀았으니까요.”
지원자 :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때는 너무 쉬고 싶어 여행했지만, 이렇게 최종 면접까지 오니 그때 힘들었더라도 꾸준히 공부하는 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패기가 없어 보인다고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경험상 여기서 끝내는 게 좋습니다. 단점을 정말 단점이고 공백기는 진실하게 공백기입니다. 이를 덮으려고 다른 이야기를 끌어오다가는 자신의 다른 좋은 면을 보여주지도 못하면서 구차해집니다. 즉 부정적 관측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인정하는 게 좋습니다. 다만, 우리가 공백기 때 뭔가 한 게 있거나 약점에도 불구하고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이렇게는 말해볼 수 있습니다.
면접관 : “그럼, 지원자님은 1년을 허비하신 거네요?”
지원자 : “그렇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좀 더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반성하고 있습니다. 다만, 성과는 못 냈으나 당시 노력했던 일이 있는데 말해도 괜찮겠습니까?”
이렇게 답변하면 말해보라는 면접관도 있고 듣기 싫다는 면접관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좋습니다. 우리는 상대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이제 변명해도 될지 허락을 구하는 거니까요. 억울하게 느끼는 분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면접이라는 게 관측이 전부인 게임입니다. 아무리 잘 표현해도 면접관이 부정적으로 인식하거나 위화감을 느끼면 게임은 더 어려워집니다. 그러니 면접관의 비판을 수용하고 변명을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이와 달리 바로 반명부터 시작하면 면접관은 우리를 상사의 지적에 토를 다는 사람으로 여길 가능성이 큽니다. 더욱이 위화감을 발생시킬 위험도 훨씬 커지죠. 이건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위계가 높은 사람은 위계가 낮은 사람이 변명하는 걸 좋아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의 내면이 부글부글 끓더라도 면접에서만큼은 차분함과 담담함을 보여줘야 합니다. 실제로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는 우울하거나 자학적으로 표현되지만 않으면 좋은 느낌을 줄 때가 더 많습니다.
그건 관측하는 자가 느낀 부정적 인식을 인정하는 주체와 공감하고 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의 부정적인 면이 대화의 소재가 될 수 있기에 서로의 편안함이 증가하는 거죠. 친한 친구와 함께 있을 때 편한 이유는 내 단점을 보여주고 그걸 이야기할 수 있어서입니다. 화자는 자기가 생각하는 긍정적, 부정적 인식을 모두 말할 수 있고 청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니 서로 피로하지 않은 거죠.
면접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단점이 드러났다고 해서 우리의 관계가 무너지지 않는 것처럼, 약점을 수용하는 태도도 우리의 가치를 깎아 먹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