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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푸른솔 Sep 30. 2015

카우치서핑의 안전성에 관하여

카우치서핑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첫 번째로 나오는 주제 '안전'

카우치서핑은 안전? 위험?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주제이다. 나의 여행 계획을 부모님께 말씀드렸을 때 되돌아온 대답은 “너 요즘 장기(臟器) 조심해야하는데 위험하지 않니?”였다. 한창 장기 열풍(?)일 때였기에 친구들도 필자의 장기에 안부를 묻는 경우가 많았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사실 카우치서퍼마다 다르기에 답을 딱하고 내놓을 수는 없다. 카우치서핑 성공률이 결코 높지 않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나는가? 안전성과 성공률은 반비례한다. 안전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카우치서퍼의 경우, 그만큼 많은 카우치서퍼의 요청을 받기에 경쟁자가 많아져 성공률이 떨어지는 것이다.


나를 초대해주었던 런던의 카우치서퍼는 하루에 요청을 무려 30~50개를 받는다고 했다. 그는 참조글이 100개, 친구 50명, 모든 정보가 인증, 사진 200장을 가진 베테랑 카우치서퍼였다. 런던 자체의 관광객이 많기도 하지만 그의 카우치서핑 스펙(?)이 너무 높아서 많은 카우치서퍼가 몰리는 것으로 추측한다. 이런 카우치서퍼만 찾아서 카우치서핑을 하면 분명 안전할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카우치서핑만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아무래도 위험성을 조금 감수해야 한다. 솔직히 나는 위험할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지만 안전에 대해서는 기준이 다들 다르니 각자가 판단할 문제다.


나는 급할 경우 참조글이 없는 카우치서퍼에게 요청을 보낸 적이 있고 수락을 받아 그 집에서 묵은 적도 있다. 딱히 별문제는 없었지만 이런 경험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 페이스북은 카우치서핑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네트워크이니 적극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카우치서핑으로 여행을 하면서 히치하이킹과 카우치서핑을 함께 하는 여행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친구는 히치하이킹이 위험하지 않냐는 나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길에 나가면 1시간, 2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내 앞에 서지 않을 때가 많아. 네가 히치하이킹을 할 때 누군가 네 앞에 차를 세워 목적지를 묻기라도 한다면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야. 카우치서핑이랑 비슷하지.”

매우 즐겁게 보냈던 Niko와 그의 친구들. 내가 인절미를 만들어 줬다.


여자에게도 카우치서핑이 안전한가? 


이 질문은 정말 많이 받는 질문이다. 사실 여성 여행자가 처음 만나는 현지인 남성의 집에서 묵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일단 정서적으로도 우리나라에서는 이성인 경우 친구 집에서도 안 묵는데 처음 본 사람의 집에 가서 묵을 수 있을까. 내가 남자이기 때문에 사실 이 질문에 있어서는 경험적인 답변을 하기는 어렵다. 비슷한 경험으로는 게이 카우치서퍼 집에서 묵었던 경험을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 나는 게이 카우치서퍼에게서 초대가 온 경우 다른 카우치서퍼보다 좀 더 세밀하게 프로필을 관찰한다. 부정적인 참조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내용은 이랬다. ‘밤에 자려고 하는데 포르노그래피를 틀어놓고 자꾸 보라고.....’ 당연히 이 카우치서퍼의 집에 가지 않았다.


긍정적인 참조글만 있더라도 게이 카우치서퍼만 재워줬다면 의심을 해봐야한다. 불안하다면 참조글을 꼼꼼히 읽어보자. 다른 방법은 약간 귀찮더라도 그 카우치서퍼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방법이 있다. 그 카우치서퍼에게 참조글을 쓴 사람의 프로필로 가서 해당 카우치서퍼가 어떻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실제로 나에게 쪽지가 와서 나를 재워준 게이 카우치서퍼에 대해서 물어본 사람도 있었다.


여성 여행자에게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카우치서핑 호스트를 구할 때 여성, 가족, 커플 카우치서퍼의 집에서 묵는 것이다. 남성 카우치서퍼의 집에 묵는 여성 카우치서퍼도 있기는 하다. 그럴 경우는 여성 카우치서퍼만 재워주는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의 생각은 여성 카우치서퍼는 요청을 보내기도 전에 초대를 받는 경우가 많을 것인데 여기에 대해 심사숙고하여 수락해야 한다.



카우치서핑은 만들어진 후에 계속 안전 문제와 싸워왔을 것이다.


내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카우치서핑 요청을 보냈는데 카우치서핑 팀에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부다페스트에서 카우치서핑을 이용한 범죄가 일어났으니 해당 인적사항을 가진 사람을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일도 있나보다 하면서 넘겼지만 충분히 위험을 느낄 수 있는 일이다.


뭔가 찝찝하고 불안하면 그 감을 믿고 그냥 포기하면 된다.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카우치서퍼는 생각보다 많다. 또 며칠 정도 호스텔이나 호텔에서 보내면 어떤가. 카우치서핑으로 당신을 재워주지 않더라도 관광을 시켜주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여행은 좀 과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89일 간 23명의 집에서 75일을 숙박했다. 끊기지 않고 카우치서핑을 해낸 구간이 43일 동안(13명)이나 된다. 나처럼 할 필요는 없다. 호텔이나 호스텔에 묵는 것을 주로 하고 안전한 카우치서핑이 가능하면 그때 카우치서핑을 간간이 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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