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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푸른솔 Sep 30. 2015

카우치서핑과 영어

카우치서핑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영어 실력이 필요할까?

카우치서핑의 안전성과 더불어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주제이다. 음. 이것도 사실 사람마다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나의 카우치서핑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해보겠다.


일단 나는 수능 이후로 영어 공부를 한 적이 없다. 다만 고등학교때 영어 문법 공부를 좀 열심히 한 기억이 있어 문법 지식은 어느 정도 기본이 되어 있다. 열심히 외워두었던 단어는 영어 공부를 하지 않은 몇 년 동안 거의 대부분이 삭제되어 아주 기본적인 것과 심화 단어의 경우 느낌(?)만 가지고 있었다.


이번 카우치서핑 여행을 위해서 영어 공부를 하지도 않았다. 카우치서핑 요청을 보낼 때 영어로 메시지를 보내야하니 하고 싶은 말을 찾으려고 정말 오랜만에 영어 사전을 뒤져보았다. 이 정도 가지고는 나의 영어 실력이 가늠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부끄럽지만 나를 처음에 만났던 카우치서퍼 3명의 참조글 일부분을 여기서 소개한다. (이 참조글은 다른 포스트에서 소개된 적이 있음)

“Language was the biggest barrier for us.” (언어는 우리에게 가장 큰 장벽이었다.)

- 말레이시아의 카우치서퍼

“He has a bit of barrier in relation to his English skills” (그의 영어 실력은 약간의 장벽이 되었다.)

- 영국의 카우치서퍼

“His English is not very good so language can be barrier.” (그는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언어는 장벽이 될 수 있다.)

- 슬로바키아의 카우치서퍼


자. 그럼. 그 다음문장까지 소개하겠다.

"Language was the biggest barrier for us but with a little bit of hand gesturing and a lot of Couchsurfing spirit, hosting him was a lot of fun."

(언어는 우리에게 가장 큰 장벽이었다. 하지만 적은 손짓과 많은 카우치서핑 정신으로 그를 초대하는 일은 매우 재미있었다.)

- 말레이시아의 카우치서퍼

"He has a bit of barrier in relation to his English skills, which he is keen to improve however none of this stop us having fun, go out and have a great time."

(그의 영어 실력은 약간의 장벽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즐기고 놀고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 영국의 카우치서퍼

“His English is not very good so language can be barrier but I learnd that it's not absolutely essential.

(그는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언어는 장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절대적으로 본질적인 것이 아니란 것을 배웠다.)

- 슬로바키아의 카우치서퍼


어떤가. 나는 사실 엄청난 수다쟁이이다. (그래도 눈치도 보고 들을 땐 듣는다) 이렇게 글을 적고 있는 것도 수다쟁이의 본능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나는 저 3명을 만났을 때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 기억난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입이 열리지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영어 회화가 전혀 익숙하지 않으니까. 게다가 이후에 만난 카우처서퍼들은 위의 3명이 남긴 참조글을 보고 나의 영어를 거의 의사소통이 안 되는 수준으로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를 초대했고 나와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영어가 모국어인 영국을 벗어나 프랑스, 독일 등을 여행하며 카우치서퍼들을 만나니 나보다 영어를 못하는 카우치서퍼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여행 3번째 도시였던 아비뇽의 카우치서퍼가 나보다 확실히 영어를 못해서 그 이후로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문법으로 맞든 틀리든 영어를 그냥 내뱉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뱉기식 영어를 하다 보니 말문이 막힌 채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훨씬 의사소통이 잘 되었고 여행이 끝나갈 때쯤(1~2개월경과)엔 내게 달려있는 참조글에 비해 영어를 잘한다고 듣는 경우가 많아졌다.


단,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에 가면 좀 힘들어질 수도 있다. 다들 말이 빨라서 일단 듣기부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sorry? what? 이라고 되묻는 경우가 많아지고 대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어 상대방이 답답해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래도 못 알아듣는다고 짜증을 내거나 하지는 않으니 크게 신경 쓸 것은 없지만 나는 좀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다.


영어 실력은 프로필을 제대로 작성할 만큼만 영어를 한다면 문제가 없지 않을까? 게다가 영어실력과 영어회화실력은 다른 차원이기 때문에 영어실력이 좋다고 해도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지진 않을 것이다. 결국 얼마나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려고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팁을 준다면 한국에 대하여 궁금할 만한 것들에 대한 답변을 미리 준비해가는 것이다. 내가 여행을 하면서 들었던 가장 많은 질문이 “북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질문이었다. 그런 질문에 대답하다보면 군대에 대한 이야기(.... That's why I have to go to the army...)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기도 했었다. 이런 것을 미리 준비하면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고통 받는 일을 줄일 수가 있다. 


나는 한글에 대한 자랑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한글은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세계 유일무이한 문자며 과학적으로 만들어져서 배우기가 매우 쉽다고 카우치서퍼들의 이름을 한글로 써주면서 침을 튀겨댔던 것이 기억이 난다. (문맹률을 낮추는 데 공헌한 사람 및 단체에게 유네스코에서 세종대왕상을 준다는 이야기도 상당히 흥미 있어 했었다.)

니코의 집 현관에 한글로 하숙생들의 이름을 적어줬다.


나는 여기서 영어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카우치서핑에는 수많은 국가에서의 카우치서퍼가 존재한다. 독일어, 프랑스어로만 프로필이 적혀있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는 제 1외국어가 주로 영어지만 유럽에는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가 영국과 아일랜드 두 나라가 전부다. 따라서 자신이 만약에 영어보다 프랑스어, 독일어에 능하고 해당 국가를 여행한다면 굳이 영어를 쓸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다음 나의 여행에선 새로운 언어를 배워서 좀 더 낯선 문화를 만나러 가는 게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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