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일도 나를 불러줘요
우리 엄마는 컴퓨터를 잘 못 다루신다.
컴퓨터에 조금이라도 새로운 알림이 뜨거나 익숙하지 않은 작업을 하실 때는 나나 언니를 불러 도와달라곤 하시는데, 며칠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저녁 늦게 퇴근하고 이제야 좀 쉬겠다 싶어 소파에 앉은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컴퓨터 앞에 앉은 엄마가 또 나를 부르셨다.
귀찮다는 말도 하기 싫을 정도로 귀찮았다. 쉬려는 찰나에 부르시니 짜증도 났다.
"엄마가 알아서 좀 해!"라고 말했다간
엄마가 소리를 버럭 지르실 게 뻔했기에 꾸역꾸역, 움직였다.
그날 밤, 잠들기 전 문득 든 생각인데,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나를 어떻게 가르치셨을까.
나는 지금의 엄마보다도 더 모르는 것 투성이었을 텐데 글자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 어떻게 꾹 참고 가르쳐주셨을까.
그렇게 몇십 년을, 아직까지도 수많은 것들을 가르쳐주고 계시는데 나는 고작 컴퓨터 버튼 하나만 눌러드리면 되는 것 가지고 이렇게 귀찮아하고 짜증내고.
내가 적게나마 돈을 번 이후로 엄마는 툭 하면 "오늘 저녁은 네가 사는 거야?"라고 장난 반 진심 반 섞인 물음을 던지신다. 나는 내 나름대로 예산을 잡고 생활하고 있으니 선뜻 "응!"이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엄마가 물음을 던지시는 순간 머릿속에서 계산기가 풀 가동된다.
그러다 또 문득,
엄마가 지금까지 나에게 먹여주신 끼니가 얼마인데.
돈으로 환산하려야 할 수도 없는 사랑과 정성과 (물론 진짜 '밥'도 먹여주셨지만)
엄마의 시간, 그 수많은 것들을 나는 뭘로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밥 한 끼 사드리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대단한 걸 사 달라고 하시는 것도 아니고,
진짜 '밥' 한 끼일 뿐인데.
그래서 오늘은 엄마랑 초밥을 먹으러 간다!
사랑을 듬뿍 담아 먹여 드려야지. 맛있는 거 많이 사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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