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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야 Sep 05. 2015

01 돈의 세계

돈, 돈, 돈.

돈이 다 어디 갔지?


20대가 되어서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는 건 '돈'에 대한 것이다.

우리 부모님의 원칙 중 하나, 학기 중이 아닐 때는 용돈을 벌어서 써야 한다.

"나가서 네가 벌어다 써!"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신 건 아니지만 

언니가 대학을 다닐 때부터 자연스레 형성된 분위기였다.

방학이나 휴학 중에는 아르바이트나 기간제로 일을 하며 생활비를 알아서 충당한다.

그러다 보니, 돈에 대한 개념이 조금씩 잡히는 것과 더불어 궁금증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장 신기한 건,

"어렸을 때는 그 돈으로 어떻게 살았지?" 하는 것이다.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만 원만 있으면 친구들이랑 하루 종일 놀 수 있었는데

지금은 같은 금액으로 맛있는 한 끼 먹으면 끝이다.

(그것도 '반할 정도로' 맛있는 한 끼는 절대 먹지 못한다.)

어떻게 그랬지? 도대체 뭘 먹고, 뭘 하고 놀았길래 그렇게 놀 수 있었던 걸까.

지금은 도대체 뭘 먹길래 한 끼에 만 원이나 하는 걸까.


올해에는 처음으로 한 달에 100만 원이 넘는 돈을 벌어 봤다.

인턴 생활을 하면서 제대로 된 '월급'을 처음 받아 본 것이다.

지금까지 내 통장에 찍힌 숫자들 중 가장 큰 단위였다.

놀랍기도, 뿌듯하기도, 기쁘기도 하면서

지금의 나에게는 이렇게 큰 돈이 언젠가는 너무 적게 느껴질 거라는 생각에 슬퍼졌다.


서울에서 독립해서 살기 위해서는 턱없이 적은 돈이니까.

열심히 저축해서 시집을  가기는커녕, 내 한 몸 건사하기에도 벅찬.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선배들이 항상 하는 얘기가 있다.

"지금처럼 네 돈을 맘대로 쓸 수 있는 때도 없어. 학생일 때, 부모님이랑 같이 살 때 많이 써!"

듣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지.

지금은 저축을 열심히 해서 예쁜 옷도 사고, 맛있는 것도 먹고, 여행도 가고 내 맘대로 할 수 있지만

나중에는 그러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면 

이대로, 완전한 어른이 되지 않은 채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 아침을 먹던 중에는 엄마가 씁쓸한 말을 했다.

"이번 추석에는 외할머니네는 안 갈 거야."

나는 시간이 부족해서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뱉은 다음 문장은

"돈이 없어."였다.

명절에 할머니 댁에 가는 것도 다 돈이란다.

기름값, 밥값은 물론이고, 할머니 댁에 가면서 빈 손으로 갈 수도 없지 않냐고.

너무 슬픈 말이었다.

돈 때문에 엄마를 볼 수 없다니!

다른 곳도 아니고 엄마, 아빠 집인데 갈 수가 없다니!

나중에 나도 돈이 없어서 엄마를 못 보게 될까 봐 덜컥 겁이 났다.

돈이 있어도, 돈이 없어도, 엄마는 보고 싶다.


돈이 이상한 건지

내가 이상한 건지

세상이 이상한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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