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M. I

by 다정한 포비

침대에 누워서 동물원의 '변해가네'를 듣는다.

오래간만에 듣는 old 한 스타일의 노래가 편안해서 팔을 위로 길게 뻗다가 머리를 슬쩍 긁적였다.


그러다가 요즘 들어 자주 듣는,


"고생하나 봐. 흰머리가 엄청 많네!"라는 말이 생각났다.


유전적으로 우리 식구들은 일찌감치 새치가 나는 편인 데다가, 나는 거기에 더해서 머리숱도 엄청 많아서

(최근에 펌까지 해서 나 스스로 생각해낸 닮은 이가 있다.

무려 '해리포터'의 주연급 배우이다. 바로~바로 '해그리드!')

흰머리가 더욱 도드라지게 눈에 띈다.


염색을 자주 하고 싶지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니 별 수 없게 염색을 해야겠다.


염색을 안 하고 계속 버티다간 백한마리 달마시안 영화의 백발 그녀처럼 될까?


검은 머리에 듬성듬성 비치는 새치는 왜 자연스럽지 못해 주변인들이 눈에 콱콱 띄는가?


'미'를 추구하는 것은 다소 번거롭다.


하지만 자신을 끊임없이 가꾸고 도전하는 것은 경이롭고 부지런해 보이며 건강해 보인다.


에구.


결론이 이렇게 나니 내일 당장 염색하러 가야겠구나.


가뜩이나 요즘 내 머리카락은 이미 개털인데,

이젠 뭐 비교할 것도 없게 부스스하게 생겼다.


퇴근하는데 평소 유쾌하기 그지없으신 사무관님이 오늘 난 승진 발표에 낙담하셔서 힘없이 앉아 계셨다.

나도 가만히 옆에 앉아 있다가 "사무관님 소주 한 잔이라도?"라고 말을 꺼냈다.

사무관님이 웃으시며 위로는 집에서 부인분께 받겠다고 하셨다. 다행이었다. 사실 나도 오늘처럼 추운 날에는 집에 얼른 돌아가고 싶었다. (아니 매일)

마데카솔처럼 상처를 잘 아물게 해주는 위로는 가족이 뿐이란 걸 사무관님도 나도 잘 아나 보다.


우리 팀 사무관님도 승진 소식이 없으셨는데, 오늘 종일 못 뵈었지만 상심이 크실 것 같아 진짜 걱정이다.


도대체 서기관 승진은 어떤 분들이 되는 걸까?


그리고 나는 또 왜 승진과는 먼 직장생활을 하는 걸까?


초지일관


나의 지론은 눈에 띄지 않게, 평범하게, 묵묵히 내 길을 가야지이다.


내일도 수행하는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과 잘 지냈으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퇴근하고 가족 모두 저녁을 함께 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그저 족하며,


바라는 게 그뿐이라.


'승진'은 나를 비껴간다.


에이! 그래도 솔직히 속은 좀 아프구나.


참! 구계장님이랑 축구 결과 내기를 했는데, 계장님은 지거나 비긴다에, 나는 우리나라가 이긴다에 초콜릿을 걸었었다.

슬쩍 넘어가려 했는데 낮에 한 번 짚고 가시는 걸 보니 내일 계장님께 초콜릿을 바쳐야 할 것 같다.


다음번엔 내가 이기게, 계장님께 초콜릿을 도로 받을 수 있게 대한민국이여~ 이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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