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안을 무려 3개나 써야 하는 이번 주라 야근을 조금 했다.
인스턴트 떡국 컵라면을 저녁으로 먹고 자리에 앉았는데 진도가 안 나간다.
모니터가 막힌 벽 같다.
갑자기 단 게 확 당겨서 책상 서랍을 서둘러 뒤지다가 자일리톨 껌 두 개를 겨우 찾아서 얼른 입에 구겨 넣었다. 짧지만 단물이 나왔다. 어쩌자고 비상용 초콜릿을 하나도 안 사두고 일을 하는 건지 아쉬움이 들었다.
폭풍 수정을 하더라도 일단 초안부터 잡아보자는 생각에 타다다닥! 분노의 타자질을 시작하며 경박하게 껌을 쫙쫙 씹었다.
핸드폰 유튜브에서 이범학의 '이별 아닌 이별'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도 "내 사랑 굿바이~굿바이! 어디서나~"를 꽥꽥 따라 불렀다.
굵직한 초안을 잡고 일을 마무리했다.
사무실을 나서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며,
보직 옮기고 처음 제대로 써보는 계획안인데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설이지 말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부딪쳐서 결과물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하나는 다 쓰고 말리.
작은 언니도 과장님도 무슨 큰일 날 소리 나며 야식은 절대 안 된다고 했지만 집에 돌아온 나는 어느새 아드님 드시고 남은 순살고추마요 치킨을 포크에 찍고 있었다.
거하게 자시고 있는데 텔레비전에서 슈퍼주니어 김희철이 나왔다.
"어! 저 친구 지난번에 좀 둥글었는데 턱선이 아주 날렵해졌네! 아주 베이겠어 그냥~"
1990년대 히트가요를 보여주는 방송에선 H.O.T가 신나는 음악에 맞추어 시원시원하게 춤을 추고 솔리드는 '천생연분'을 불렀다. 오래간만에 래퍼 '이준'을 보니 전에는 안 들던 잘 생기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만히 포크를 내려놨다.
(슬프게도 이미 다 끝냈지만...)
예쁘고 멋있는 사람들을 보니 치킨 맛이 싹 사라졌다.
'에이! 설거지나 하자! '
털고 일어났다.
이런 일상들이 절대 당연한 것들은 아니지요.
잊지 않을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