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똑 닮은 중딩 아드님도 고민이 있다.
가만히 들어보면 시간이 해결해 줄 것 같고 본인만 꽤 심각해하는 것 같은데 막상 본인은 가볍게 털어내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엄마도 똑같은걸.
엄마도 불안이 많아서 매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bomb(폭탄)을 안고 사는 것 같아."
폭탄이 터지면 나는 '얼음'이 된다. 주로 업무에 관련해서 겪었던 경험들이다. 충격으로 모든 땀샘들이 터져 식은땀이 비 오듯 흐르고 가슴이 터질 듯이 두근거린다. 머리 밑 귀 어느 부분이 진공상태가 되어 '삐---- '소리가 들린 것도 같다.
마치 고장 난 로봇처럼 사고도 육체도 모두 멈춰버린다.
언젠가부터 나는 폭탄이 터지기 전에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밀리지 않게 성실히 수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쓰고 나니 바보 같다.
어쨌거나 나는 평일 일과시간 중에 꾀가 나거나 쉬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 잡는다. 그래서 점심시간을 제외한 일과시간 중엔 동료들과 차를 마시며 길게 수다를 나누는 일도 별로 없다. 나는 늘 바쁘게 움직이는 편이다.
"그런데, 아들아~
언제 터질지 아니 아예 터지지도 않을지도 모를 폭탄 때문에 매일 불안과 걱정으로 보낸 시간들이 나중에는 너무 아깝고 후회되지 않을까? 엄마 생각에는 아들이 지금은 신나고 재미있게 보냈으면 좋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그래야 덜 억울하잖아"
"엄마, 근데 생각 안 하려고 해도 자꾸만 생각이 나."
"원래 생각은 안 하려고 하면 더 지독하게 달라붙어서 더 생각나는 것 같아. 그럴 땐 몸을 움직여봐. 아이유가 그러더라. 운동을 하거나 밖에 나가서 몸을 써보는 건 어때?"
그래서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원론적인 이야기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니까. 또 나도 말은 그럴싸하게 하지만 나부터 해결이 쉬이 안 되는 사람이기도 하고. 어른 흉내는 거기까지 아니 사실은 착한 우리 아드님은 엄마의 조언을 늘 진지하게 받아들여주고 실천하는 편이다.
멋진 아드님.
겨울 바다는 생각보다 더 넓고 시원했고 고리타분한 표현으로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머릿속이 지글지글 복닥 복닥 한 중학생은 학원만 다닐 것이 아니었다. 여행을 하고 전시회에 가서 아름다움을 보고 산에도 오를 것이었다. 다행히 아직 귀요미 중딩 아드님은 잘 따라나선다. 그럼 우리 부모도 먹을 것으로 융숭히 대접한다.
바닷가에는 주인장이 없는 빈 조개껍데기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그 많은 주인장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나같이 똑같이 소중한 그 생명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아까 식당에서 네가 불에 꾸어 열 마리도 넘게 잡아먹었을렸겠다!!)
조개구이 맛있더라. 쩝.
간사하게도 한동안 감사를 잊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변하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오늘을 살겠습니다.
청하오니 늘 함께해 주세요.
사랑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