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28. 추석 전 날 밤

by 다정한 포비

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는 밤


고향 친구들과 술 한 잔 하고 온 남편은 오늘따라 유난히 더 크게 내 귀에다가 소리를 지르듯 코를 골고,


무릎은 자지 말라는 듯 쑤시다.


너무 졸린데

이대로 잠들면 안 될 것 같이 겉도는 시가에서의 밤.


책을 꺼내 읽을까?


마음속으로 노래를 불러볼까?


남편의 주사는 가족들에게 애교가 지나치게 넘치게 친한 척하기인데,

며칠 전에는 술이 잔뜩 취해서


"여보야~ 내가 여보 갖고 싶은 거 다 사줄게~ 나는 아무것도 필요 없어. 나는 빤스만 입고 다녀도 괜찮아."

라고 말했다.


나는 '빤스' 부분에서 큰 웃음이 터졌다.


내 웃음에 기분이 좋아진 남편이 한 마디 더 덧붙였는데,


"빤스랑 추리닝~나는 빤스랑 추리닝만 입으면 돼~"


아~ 정말 마지막까지 큰 웃음 준 남편이었다.


얼마 전 마음이 따뜻해지는 숏츠 하나를 보았는데,

어느 할아버지가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의 머리 손질을 도와주시다 무척 사랑스럽다는 듯이 안아주는 영상이었다.


나는 남편이 생각났다.

내가 붓고 제일 못생긴 얼굴을 하고 있어도 '잘생겼다'라고 말해주는 남편이라면 앞으로 그래주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근데 왜 '이쁘다' 아니고 '잘생겼다' 일까 ~하하하)


그래~ 오늘 코골이는 봐준다 ^^


마음속으로 아름다운 노래나 따라 부르다 잠들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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