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남편하고 쪼금 싸웠다.
(생각해 보면 별일도 아니었는데 나는 또 왜 그렇게 오늘따라 예민하게 반응했을까?)
나는 '몹시 화가 났다'는 시위의 표현으로 가방을 싸서 집을 나왔다. (설거지는 또 해놓고~) 솔직히는 한두 시간 카페에서 버티다 남편이 미안하다고 연락하면 못 이기는 척 들어갈 마음이었다.
씩씩거리면서 스벅에 가서 커피와 소금빵을 시키고 책을 읽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록 남편에게서 연락이 없었다.
평소에는 남편이 먼저 화해의 연락을 해오는 편인데... 나는 괜히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어쨌거나 덕분에 나는 무려 4시간가량을 꼼짝 않고 책을 읽었다. 읽는 책이 재미있어서 다행이었다.
갑자기 너무 오래 앉아있으면 건강에 좋지 않으니 일하다 중간에 일어나서 꼭 스트레칭하라는 남편의 잔소리가 떠올랐다.
나는 다른 카페로 자리를 옮기더라도 당장 근처 공원을 좀 걸어야겠다 싶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집 앞 공원을 두 바퀴 걸었다. 바람이 꽤 찼지만 걷다 보니 마음이 시원했다.
남편이 먼저 전화하기 전에는 절대 집에 안 들어가려고 마음먹었지만, 성당에 들러 기도하는 중에 마음이 조금 풀어졌다.
나는 아드님에게 줄 뻥튀기 두 봉지를 사서 집으로 들어갔다. (아드님은 아침에 친구들 만나러 나갔었다.)
화 안 풀린 척 연기해야지 마음까지 먹었는데 남편이 집에 없었다.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미역국과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나물로 식사를 차려 늦은 점심을 먹었다.
맛있고 따뜻했다.
오후 햇살이 창문 가득 밝게 차올랐다.
'집이 좋네~
괜히 나갔었어. 괜히 나가서 고생만 했어.'
배부르고 등이 따시니 마음도 여유로워졌다.
드디어 '띠띠띠띠' 현관문 도어록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남편이 돌아왔다.
마트에 다녀왔는지 세일 많이 했다고 한우 두 팩을 내밀었다. 우리는 내색은 안 했지만 아침에 싸운 서운한 마음은 말하지 않아도 다 없어진 것을 알았다.
나는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남편은 한우를 구워 저녁상을 차려왔다. 고기 한 점을 소스에 찍어 권하는 남편의 얼굴이 오늘따라 까칠해 보였다.
앞으로는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야겠다.
"누가 뭐라 해도 세상 제일 친한 친구 남편아. 사이좋게 지내자. "
남편하고 노는 게 제일 재미있는데 싸우느라 오늘 못 놀아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