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끝, 서울 집

by 다정한 포비

3일간의 설 연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창문을 활짝 열고 구석구석 묵은 공기를 몰아냅니다.


어머님이 싸주신 귀한 밑반찬을 냉장고에 차곡차곡 정리하고 여행 가방 안에 빨랫감도 그러모아 세탁바구니에 밀어 넣습니다.


이제 보일러를 켜고 집안에 온기를 불어넣으면 다시 돌아온 일상입니다.



서울로 이사 온 지는 이제 일 년 반이 조금 넘었습니다.

변화를 싫어하는 커다란 곰 같은 저에게 이사는 일생일대의 큰 변환점이었습니다.

그렇게 머뭇머뭇 망설이고 걱정하던 제가 이제는 발을 딛고 마음을 내려놓고 쉬는 곳이 서울 집이 되었네요.

한 번 다녀오면 정신이 쏙 빠지고 콧 속까지 까매져서 돌아온다고 투덜대던 그 서울 말입니다.


서울 살이는 어떠냐고요?


전에도 서울과 멀지 않은 곳에 살았었지만 서울의 높은 빌딩과 화려한 건물들은 여전히 저를 설레게 합니다. 버스를 타고 출근하고 돌아오고 집 주변을 산책하는 시간들이 아직도 낯선 곳을 여행하는 기분입니다. 여행자처럼 호기심에 멈추고, 들여다보고, 생각합니다. 이곳에 완전히 녹아들지 않았지만 그것이 관조의 입장이라는 선물이 되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한숨 돌리고 밤 9시 미사 참례를 위해 성당에 갑니다.(집과 성당과 회사는 제 삶의 큰 주축이며 이사와 함께 찾아온 가장 큰 변화이기에 조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전에 살던 곳에서는 주일에 두 대의 미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곳 성당에는 주일에 무려 여섯 차례의 미사가 있습니다. 심지어 밤 9시에도 주일 낮과 같은 아름다운 성가가 울려 퍼지는 그 성가대 규모에 처음에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사 해설자분들도 전문 성우 같습니다.

무엇보다 집 근처에 성당이 있어 진짜 좋아요.


일요일마다 미사 참석이라는 여기 루틴을 시작했으니 이제 일상 시계의 태엽 맞물려 돌아가 본격적인 일상의 시작입니다.



일상과 싸우지 말고

일상과 사이좋게 지내는 하루, 한 주, 한 달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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