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싸주신 귀한 밑반찬을 냉장고에 차곡차곡 정리하고 여행 가방 안에 빨랫감도 그러모아 세탁바구니에 밀어 넣습니다.
이제 보일러를 켜고 집안에 온기를 불어넣으면 다시 돌아온 일상입니다.
서울로 이사 온 지는 이제 일 년 반이 조금 넘었습니다.
변화를 싫어하는 커다란 곰 같은 저에게 이사는 일생일대의 큰 변환점이었습니다.
그렇게 머뭇머뭇 망설이고 걱정하던 제가 이제는 발을 딛고 마음을 내려놓고 쉬는 곳이 서울 집이 되었네요.
한 번 다녀오면 정신이 쏙 빠지고 콧 속까지 까매져서 돌아온다고 투덜대던 그 서울 말입니다.
서울 살이는 어떠냐고요?
전에도 서울과 멀지 않은 곳에 살았었지만 서울의 높은 빌딩과 화려한 건물들은 여전히 저를 설레게 합니다. 버스를 타고 출근하고 돌아오고 집 주변을 산책하는 시간들이 아직도 낯선 곳을 여행하는 기분입니다. 여행자처럼 호기심에 멈추고, 들여다보고, 생각합니다. 이곳에 완전히 녹아들지 않았지만 그것이 관조의 입장이라는 선물이 되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한숨 돌리고 밤 9시 미사 참례를 위해 성당에 갑니다.(집과 성당과 회사는 제 삶의 큰 주축이며 이사와 함께 찾아온 가장 큰 변화이기에 조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전에 살던 곳에서는 주일에 두 대의 미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곳 성당에는 주일에 무려 여섯 차례의 미사가 있습니다. 심지어 밤 9시에도 주일 낮과 같은 아름다운 성가가 울려 퍼지는 그 성가대 규모에 처음에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사 해설자분들도 전문 성우 같습니다.
무엇보다 집 근처에 성당이 있어 진짜 좋아요.
일요일마다 미사 참석이라는 여기 루틴을 시작했으니 이제 일상 시계의 태엽 맞물려 돌아가 본격적인 일상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