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록(바느질)

by 다정한 포비

오후 반가를 내서 아드님 간식 준비를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갑자기 생겨버린 한 시간의 여유에 매일 출근길에 하던 아침기도도 미리 하고, 평소보다 느긋하게 단장도 마쳤다.


어제는 퇴근하고 평일 저녁 미사에 가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전날 다녀왔다), 남편과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나니 노곤해져서 그대로 누워 쉬고 싶은 유혹이 밀려왔지만, 요 근래 쓰렸던 속병 생각과 식도염이 걱정되어 떨치고 일어나 저녁 설거지를 부지런히 마쳤다.


그리고...


진짜 미루고 미루다 마음먹어야 겨우 하게 되는 '바느질'을 했다.


빨래하려고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발견한 아드님 트레이닝복 주머니 구멍이 계속 마음이 쓰이던 차였다.


반짇고리를 꺼낸 김에 떨어진 내 블라우스 단추도 달고, 아끼는 카키색 양말 구멍도 꿰매었다.


예전에 구멍 난 양말을 꿰매 신는다는 내 말에 대부분의 동료들이 구멍 난 양말은 버리는 거 아니냐고 입을 모아 얘기해서 몹시 큰 문화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다른 사람이야 어떻든 꿰맨 양말을 신고도 불편함 없이 잘 신고 있으니 앞으로도 쭉 꿰매면 될 것이고!


오늘 아침 이 사연을 글로 기록하는 이유는,

어찌 된 일인지 나는 구멍난 양말을 꿰매는 바느질 등의 소소한 일을 할 때마다 스스로 대견한 마음이 들어서 이 시간을 꼭 기록해야겠다는 의지가 샘솟기 때문이다.


내가 어른으로서, 옛날 엄마들처럼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작고 소소한 임무를 해내고 있다는 마음이 그 시작이 아닌가 싶다.


이제 곧 회사 앞이다.


아침 버스에서 가볍게 시작한 기록을 이제 마칠 시간.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누군가 하면 의미 있어지는 일.


오늘도 그런 일을 찾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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