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놈이었다.
어제 퇴근길에 모기한테 오른쪽 손을 물렸는데, 왠지 오른쪽 팔 전체가 기분 나쁘게 간질거리는 것 같고 물린 곳이 우왕우왕 하얗고 빨갛게 부풀어 올라 열감이 느껴졌다.
"우와! 나 완전 센 놈한테 물렸나 봐!"
나는 벌레 물린데 바르는 약을 얼른 가져다 달라고 남편한테 호들갑을 떨었다.
그렇게 밖에서 물리고 온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아뿔싸!
사실 그 녀석은 어제 나와 함께 우리 집에 들어오는 데 성공했었고, 하룻밤의 휴식 뒤 오늘 밤 화려한 활동을 개시한 것이었다!
(같은 녀석이라 추정하는 이유는 물린 부위의 아픔 정도가 상당히 매워서이다. 아이쿠!)
첫 발견은 밤 9시경 거실에서였는데 활동 범위가 너무 넓어서 잡기 실패!
오늘따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나가야 하는 남편이 새벽 3시에 견디다 못해 일어나서 무려 30여 분간을 샅샅이 찾아다녔지만 또 잡기 실패!
남편 출근 후 새벽 5시 30분에 한 방 공격당하고 귓가에서 윙윙 거리는 소리가 나서 이번엔 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안방 문을 닫아 모기 탈출로를 봉쇄한 후 불을 켰다. 그렇지만 천장이랑 벽, 침대 위를 아무리 찾아봐도 모기 그림자도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워서 내 튼실한 팔뚝을 미끼로 모기를 유인하기로 했다.
'이 정도면 사실 모기 지능이 대단히 높은 거 아닐까?'
아무튼 작전이 먹혀들어가서 팔뚝 위를 찾아 덤비는 녀석의 뒷덜미를 드디어 발견하였다. 놈의 실체와는 첫 만남이었다. 나는 또 벌떡 일어나서 치밀하게 놈의 뒤를 쫓았다. 놈은 피아노 밑 아래 어두운 부분을 낮게 비행하고 있었다. 그동안 남편과 나 둘 다 천장과 벽 쪽만 찾아다닌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나는 급한 마음에 낮게 비행하는 녀석을 발로 내려쳐 잡으려다 괜한 헛발질로 쿵! 소음을 냈다. 이것 참 아랫집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두 번째 공격은 옆에 잡히는 물건 아무거나로 마구잡이 공격을 시도하는 것이었는데 내 초록색 티셔츠가 손에 잡혔다.
결과는!
녀석의 몸통은 아직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놈을 향해 옷으로 내려친 방바닥에 선명한 혈흔이 남았다. (놈의 피 아니고 내 피겠지만) 저 정도 출혈이면 놈도 무사하지 못하겠지라는 생각에 모기 박멸 작전을 마무리했다.
우와...
힘든 승부였다.
남편한테 승전의 기쁨을 알리고 기록을 남기니... 날이 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