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갑자기 굵은 장대비가 쏟아졌다.
마침 볼일이 있긴 했지만 다음으로 미뤄도 되는 일이었다.
굵은 비가 내리는 날 외출이라니 평소 같으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생각도 안 했겠지만, 오늘은 좀 갑갑해서 나가고 싶어졌다.
'볼 일도 보고, 커피도 한 잔 마셔야겠어.'
나는 못난이 발가락이 다 나오는 샌들을 꺼내 신고, 가방을 바짝 앞으로 당겨 매고 집을 나섰다.
역시 나오길 잘했다.
가볍게 비냄새 한 번 들이쉬고,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을 들으며,
정말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이 빗속을 걷는 사람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문득 쓸데없이 진중한 나의 생각들이 모여 언젠가 내 얼굴에 '깊이 있음'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