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버튼, 웬즈데이 시즌1, 종교, 글쓰기

by 다정한 포비

꿈을 꿨다.

꿈의 내용이 신선하고 독특해서 나는 일어나면 바로 이 꿈을 적어서 글로 남겨야겠다고 꿈속에서 생각했다. 잠에 취해 꿈속에서 꿈을 기억하려고 애쓰고, 그 꿈을 글로 풀어내는 꿈을 다시 꾸고, 모든 게 확실하고 분명했었는데, 일어나서 휴대폰에 먼저 뜬 남의 글을 읽는 몇 초 사이에 그만 모든 꿈의 기억의 사라지고 말았다.


꿈의 기억이 하나도 남김없이 감쪽같이 사라져서 다시 꿈을 꾸는 기분이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오히려 이 경험을 이렇게 적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요 근래 넷플릭스에서 팀버튼 감독의 '웬즈데이'를 봤다. 나같이 심각한 심약자도 충분히 볼 수 있을 만큼 잔인하다거나 무섭지는 않다. 하지만 어떤 분위기나 기분에 오래 잠기게 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일상에서 계속 은은하게 영향을 받는다. 검은색 교복 의상을 입은 웬즈데이가 무심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어두운 이미지가 수시로 떠오른다.


팀버튼 감독은 자신이 꾼 독특한 꿈들을 언젠가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인터뷰를 읽고 난 이후로 나도 특별한 꿈을 꾸면 일어나서 그 꿈을 기록하려고 애쓰고, 꿈을 꾸면서도 그 꿈을 글로 풀어내는 꿈을 꾼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실제로 메모장에 옮겨내는 데 성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은 완전히 실패이다. 꿈의 기억이 모두 휘발되었다. 그저 무심하게 나를 바라보는 웬즈데이의 표정만이 남았을 뿐이다. 침대에서 뭉그적거리지만 않았어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바로 책상에 앉았어야 하는데... 후회가 들어 대어를 놓친 기분이 든다.


'웬즈데이' 시즌1은 별종을 혐오하는, 평범한 이들이라 불리는 노멀의 증오로 비롯된 이야기이다. 배타적인 성향의 차별에는 역시 종교적인 성향도 가미되어 마녀사냥 등 청교도가 그 핵심에 서있다. 요즘 내가 한참을 생각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종교라는 잘못된 신념 안에 저질러진 수많은 참혹한 만행들로 내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내가 생각하는 종교의 큰 모토인 '자비와 선하심'이 흔들린다. 요즘 들어 더 자주 책이나 영상으로 접하게 되는 것 같은데, 잘못된 종교적 신념으로 저질러진 역사 속 수많은 잘못들을 주하기가 힘들다.


나는 맑은 마음을, 착하게 살고 싶다는 나의 제일 좋은 마음을 종교를 통해 깊게 배웠다. 졸졸 흐르며 노래하는 숲 속의 신비한 시냇물처럼 내 안에 가장 좋고 아름다운 것의 시작은 나의 종교였다. 부끄럽고 어두운 과거에 용서를 구하며 그보다 더 큰 고결한 의미와 가치를 깊게 성찰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더 배우고 단련해서 내 안의 아름다움의 근원을 더 단단하게 지켜보려고 한다.


잠깐! 아쉽게 놓쳐버린 나의 꿈 이야기가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오게 된 거지?


마무리로 앞으로는 게으름 부리지 말고 생각나는 좋은 글감들은 부지런히 메모할 것! 특히나 조금씩이라도 매일 일기를 잘 써보도록 하자! 젭알~ 죕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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