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지 않았으면, 도태되지 않았으면, 낙오되지 않았으면.
2025-07-21
단체로 민원을 넣어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는 아파트 단체톡방의 최근 대화들을 보며, 그게 맞는 것인 줄은 알겠는데 그렇게 손해보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걸 알겠는데도 왠지 나하고는 동떨어진 이야기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나도 틀림없이 단단한 마음으로 분석하고 똑 부러지게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걸 알면서도 나는 울렁거렸다.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해결했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들어서는 더 어려움을 느끼고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나를 보며, 내가 느끼는 이 이상한 감정의 정체는 무엇인지 한낮의 뜨거운 태양 아래를 걸으며 곰곰이 생각하다 드디어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피로감’이었다. 다자이 오사무가 ‘인간실격’에서 표현한 사회에서 제외되고 도태되어 버리기 딱 좋은 그 ‘피로감’ 말이다.
퇴사 4개월 차, 나는 수영과 요가와 뜨개질을 배우고 한 군데에 소속을 두고 있다. 아침 기도를 하고, 가입한 네이버 밴드에서 짧은 글쓰기 미션 하나를 수행하고,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고, 내가 만든 밴드에 매일 읽은 책의 범위와 내용을 기록하고, 가끔 내 이야기를 쓰기도 한다. 물론 살림은 별개이다. 그 이외의 특별한 활동은 하고 있지 않다. 일주일에 한 번 아주 친밀한 모임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사실 이마저도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해 주는 모임이어서 나는 요즘 아주 깊은 ‘익명성‘안에 나를 숨기고 지내고 있다. 이 익명성이 너무나 달콤해서 나는 자유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일정 외의 외출을 하지 않아서 안으로 안으로 파고드는 나의 성향이 불안해지기도 한다. 물론 거기에는 잦은 비와 무더위의 요즘 날씨도 한몫하고 있기는 하다. 달콤하면서 불안해지기도 하는 이 내면으로의 쏠림에 나는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본다. 사람들을 만나고 부딪치고 돌보는 모든 과정들이 가끔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주 친밀한 관계 예를 들어 가족과 특별한 지인과의 관계 외에는 마음을 더 쓰는 게 힘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직업도 없는 백수인데 말이다.
아니다. 아직은 괜찮다. 그래도 아직은 한심하다던가 위험할 정도는 아니다. 기운을 차리고, 주변을 돌아보고, 좋은 것들을 바라보고 찾아내고 싶은 욕구가 아직은 있다. 내일은 수영을 배우고, 사람들을 만나고, 치과에 가고 그러다 보면 다시 힘이 솟을 것이다. 에너지를 다시 채워서 주변을 바라볼 힘이 생겨날 것이다. 내가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다. 내게 그런 일들에 지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모두를 마주할 힘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낙오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이게 다 무슨 소리람. 나에게 쓰는 나를 위한 위로의 편지.
(걱정 마세요~ ^^ 이런 때도 있는 거죠~ 그리고 저는 덩치도 크고 유쾌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