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될 일도 안 될 것 같다고 한숨 쉬는 버릇을 고치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한숨을 자주 쉬는 편은 아닌 것 같은데, 요즘따라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쉬고 있어나 봐요. 그러고 보니 가슴에 묵직한 것을 호흡으로 몰아내려고 했었던 건지 가슴이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세상 모든 일이 한숨을 쉬어서 해결될 리가 만무합니다. 결국은 미리 걱정하면서 한숨이 나오는 것인데 한숨을 쉬지 말라는 말인즉슨 미리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와도 같은 것 같습니다.
휴… 방금 전에도 저도 모르게 한숨 한 번을 쉬었네요. 하하
눈앞에 닥친 어려운 상황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자세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우리 남편은 항상 긍정적입니다. 고스톱을 칠 때도 남편은 뒤집어져 있는 패를 까뒤집으면서 일단 깔려 있는 아무 패에다가 쪽! 싹쓸이! 이런 구호를 외치며 냅다 촥! 소리가 나도록 힘차게 내던집니다. 그런데 또 기가 막히게 패가 잘 맞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남편의 자신감이 좋습니다. 저는 아예 그런 긍정적인 희망을 잘 생각하지 않는 편이거든요.
요즘은 갑자기 이것저것 생각해야 할 것들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의 느슨한 성격에 걸맞게 일의 속도가 더딥니다. 이렇게 글로 쓰다보니 문득 제 자신을 무력하게 생각하는 것도 너무 잦아서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다른 레퍼토리가 필요해요. 예를 들어 ‘와! 나 완전 잘하는데!’, '대박! 나 완전 능력자 아냐?' 이런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을 이제는 만들어야겠어요. 아! 그러고 보니 최근에 잘한 게 하나 있었네요. 제가 거의 아무도 모르게 에세이 하나를 썼거든요. 아마추어들끼리 소규모로 공동출판을 하는데 뭐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요즘은 그런 독립출판물들이 많으니까요. 모임의 운영자분이 말하기를 책의 목차는 제일 먼저 가독성, 짧은 호흡을 우선으로 한다고 했는데, 대여섯 개의 글들 중에 제 에세이가 제일 첫 목차에 선정되었습니다. 별거 아닌데도 기분은 좋더라고요. 최근에 잘했다고 칭찬받은 적이 별로 없고 성과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렇게 사소한 것에도 혼자 기뻤습니다. 아, 그런데 이 작은 글쓰기 모임에서 다음 달은 소설 공모를 하는데, 사실 한 페이지도 못쓰고 있답니다. 소설은 또 완전 다른 부류의 것 같습니다. 스토리 구상이 전혀 안되고 있습니다. 이제 열흘 정도 남았는데… 쓸 수 있을까요?
늘 근심거리는 달고 살지만, 두어 시간 전에 갑자기 잊고 있던 큰 근심거리 하나가 임팩트 있게 떠올랐습니다. 끙끙거리다가 문득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매우 쿨한 그녀였더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녀는 아마도 “아! 몰라~ 될 대로 되라지!”하고 넘겨 버렸을 겁니다. 저와 그녀는 아주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유형인데 그런 성향을 싫어하면서도 어려운 상황에서 그녀를 본받으려고 한다니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제가 무척 존경하는 지인분에게 여쭈었다면 아마 그분은 그 당시에 최선을 다한 저의 모습에 가치를 더 부여해 주고 나머지는 맡겨두자고 조언해 주셨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걱정을 접어 두려고 마음을 마음을 단디 먹어 봅니다. 사실은 아직도 조금 무서워요. 저는 왜 이렇게 무서운 게 많을까요? 세상에 무서운 것 천지입니다.
제가 세 번째도 시도한 수영을 결국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들려드렸었나요? 네, 저는 물도 무섭습니다. 요즘 아주 엉망진창이에요.
여러분은 근심과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계신가요? 아! 어제 라디오에서 어느 작가의 글을 들었는데 고난과 시련에 대하여 '극복'이 아니라 '동의'라는 개념을 말하더군요. '고난과 시련에 동의하다', 어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했는데 오늘은 고난과 시련이라니 생각만 해도 어질어질하네요.
글을 잘 쓰는 지인 사무관님께서 말씀하시길 자기는 글을 쓰며 독자에게 어떤 이로운 것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셨습니다. 하지만 제 글에는 독자에게 주는 특별한 이로움이란 게 없습니다. 갑자기 죄송하네요. 오히려 제 글은 제가 독자에게 위로를 구하는 글이고 또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독자분들이 제 글에서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으시기를 소망합니다.
'뭐 이렇게 세상에 생각 많고 나약해 빠진 인간이 다 있어?' 그렇게 생각해 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저는 이 글을 다 쓰고 다시 일어날 새 힘을 얻을 거거든요. 글을 쓰면서 새 다짐, 새 각오를 하는 것이 저의 극복의 방식이자 동의의 방식입니다. 시계가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제 그만 일어나야 할 시간이네요. 황금 같이 소중한 금요일 저녁이 곧 시작입니다.
여러분 오늘도 행복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