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하기 싫은 집안일

대파 한 단 손질

by 다정한 포비

집안일을 절대 잘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하다 보니 는다. '는다'는 것에는 전에 보이지 않았던 '해야 할 집안일'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게 자꾸 머릿속에서 왕왕거리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쓱쓱 싹싹 처리해야만 속이 시원해지는 것이 집안일 같다.


그중 시작하면 결국 잘하면서도 실행 전까지 마음속에서 온갖 갈등을 일으키는, 내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이 집안일에 대해 언젠가부터 여러분에게 글로 꼭 소개를 하고 싶었다. 나에게는 정말 하기 전까지는, 별거 아니면서도 또 별거인 이 집안일은 바로 '대파 한 단 손질'되시겠다. 으! 정말 하기 싫다~

사실 대파 한 단을 사서 집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의 번뇌는 시작된다. '손질해야 하는데... 손질해야지... 손질... 손질...' 부담이 압박으로 다가온다.


먼저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대파 손질 여정을 소개하는 것이 순서인 것 같다. 파뿌리를 잘라내고, 다음 대파의 흰 줄기 부분과 초록 잎 부분의 경계를 자른다. 대파 흰 줄기는 흙이 묻은 겉 겹을 벗겨 흰 속살이 보이게 하고, 초록 잎은 떡잎이나 시든 부분을 잘라 먹을 수 있는 부분만 남겨 둔다. 그다음으로 한 대 한 대 정성스럽게 흐르는 물에 씻는다. 따뜻한 물이 웬 말인가... 물러질 수 있으므로 찬물로 씻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손이 무지 시리다. 흰 줄기와 초록 잎의 경계를 자른 부분에는 사이사이에 흙이 더 많이 끼어 있을 수 있으므로 섬세하게 씻어 주어야 한다.(아오~) 이렇게 잘 씻은 대파는 잠시 채반에 두어 물기를 빼고 살짝 말려 비닐팩에 넣고 냉장실 야채칸에 보관하며 그때그때 꺼내 먹는다. 대파를 이렇게 미리 잘라두면 흰 줄기와 초록 잎의 용도에 맞게 바로 요리에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그 과정을 다 거쳤으니 편리하지 않은 게 더 이상한 거다) 나는 평소에도 채소는 좀 열심히 씻어 먹어야 안심을 하는 편이라, 종종 상추나 깻잎은 씻는 과정에서 이미 으깨져서 너덜너덜해지기도 한다. 그러니 대파 세척이야 말해 무엇하랴.….. 오늘 아침에는 어쩌다 갑자기 삶의 의지가 불타올랐는지 그제 사다가 베란다에 방치해 두었던 대판 한 단 손질을 막 마쳤다. 그리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인데도 어쩐지 말하지 않고서는 가벼운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아 굳이 아침부터 이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그 외에 나에게 사소하면서도 귀찮음의 척도가 매우 높은 집안일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첫 번째, 장 보고 와서 사 온 물건 정리(살 때는 참 신났는데...), 두 번째, 건조기 먼지망 세척, 세 번째 생물 오징어 내장 손질 등이 그렇다. 다른 집안일들이야 뭐 어차피 해야 하는 일들이라 그런지 일의 경중을 떠나 숙명처럼 받아들이게 되는데 위에 언급한 몇 가지 집안일들은 이상하게 더 하기가 싫다.


아~ 그래도 이렇게 한바탕 하소연으로 대파 한 단 정리와의 오래 묵은 갈등을 해소하였으니, 앞으로는 한결 쉽게 이 사소한 잔업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샘솟는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글쓰기의 정서적 효능이 아닌가 싶다. 하하. 그나저나 여러분의 대파 한 단 손질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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