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날개와 트레인스포팅으로...

친구를 추억함

by 다정한 포비

아들 방에서 학교 수업시간에 자료로 쓰였을 '이상'의 [날개] 프린트물을 발견하고 신이 나서 내 책상으로 바로 모셔왔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다시 읽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신기하다!

고등학교 때 처음 [날개]를 읽고 그 정신없음과 바로 사랑에 빠졌었다. 오늘 다시 읽어보니 기억이 살짝 낯설기도 하지만 역쉬 내 스타일! 그 당시의 나는 의식의 흐름대로 쓰인 글을 무척 좋아했고, 사차원적인 감성을 동경했다. 대학에 들어가면 좀 이상하게 보이기 위해 머리색을 파란색이 로든 빨간색이 로든 꼭 염색해야겠다고 야심 찬 꿈도 꾸었었다.

가끔은 내가 정상인인척 하고 사는 좀 독특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그런 이상한 점이 내 삶의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그 시절에 내 광주여고 펜팔친구 수현이랑 열광했던 영화 '트레인스포팅(Trainspotting)'도 함께 생각났다. Iggy Pop의 Lust For LIfe을 들으며 소심한 일탈을 함께 꿈꾸었는데... 한 번도 못 만나고 일 년여간 편지만 주고받다가 공부하겠다는 내 일방적인 펜팔 포기로 연락이 끊겼다.(사실 수현이는 나에게 생일 선물이며 수학여행 선물이며 온갖 예쁜 선물들을 소포로 보내주었었는데... 그에 비해 집안 형편이 많이 어려웠던 나는 선물을 보내는 것도 편지를 보내는 비용도 부담이 되던 것도 펜팔을 그만둔 원인이었다) 원수연작가의 '풀하우스' 만화 편지지 한가득 나누던 우리의 대화, 토탈이클립스의 랭보에 열광하던 너~

정말 한 번은 꼭 만나보고 싶다. 문득문득 너무 그립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옛날 수현이네 집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보았지만 통화를 하지는 못했다.)


'수현아 너무 늦은 사과이지만, 도망치듯 그만두어서 정말 미안해... 그리고 참 고마웠어.'


아... 어쩌다 여기까지 글이 흘러왔는가... 역시 의식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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