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파가 가득한 지하철을 타고 제법 먼 길을 다녀오는데, 내 앞에 드디어 자리가 났다. 나는 얼른 엉덩이를 들이밀고 자리에 잽싸게 앉았다.
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내 앞에 나이가 지긋해 보이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다가오셨다. 나는 얼른 자리를 양보해 드렸다. 사실 얼마 전에 어느 할아버지께 사정상 자리를 양보하지 못한 적이 있었는데, 내내 마음이 얼마나 불편했었는지 고해성사까지 보아야 했다. 오늘은 미련 없이 자리를 얼른 양보하고 나니 마음까지 상쾌해졌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서서 가는데 이번에는 초등학교 1, 2학년쯤 되어 보이는 어린이가 내 뒤에 엄마랑 섰다. 엄마에게 서서 가기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 나도 모르게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힘들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엄마가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다리가 아프셔서 앉아 가시는 거고, OO이는 힘든 거지 다리가 아픈 건 아니잖아~" 하고 부드럽게 타이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많이 힘들었는지 얼마가지 못하고 아이가 지하철 바닥에 잠깐 앉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 마침 내 앞에 자리가 또 났다. 나는 얼른 아이 쪽을 향해 "이리 와서 앉아요~"라고 손짓을 했다. 아이는 귀엽고 밝은 미소로 달려와 앉았다. 엄마와 아이가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래서 기분이 또 엄청 좋았다. 요즘은 아기고 아이고 다 너무 귀엽고 예쁘게 보인다. 김소영 작가님의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어서 그런가? 내 안에 애정이 뿜뿜 한다. 게다가 지하철에서 임산부만 봐도 온갖 오지랖이 발동한다.
오늘 마음껏 신나게 자리를 양보하고 와서 기분이 좋다. 그래서 기록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순간의 기분에 그치지 말고, 마음껏 다정함을 나누는, 그러면서도 부끄러워하거나 움츠러들지 않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진은 2025년 12월 31일의 겨울 동해바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