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피아노 배움기 2화

by 다정한 포비

매번 피아노 학원 가기 전에는 '아~ 오늘은 진짜 쉬고 싶은데...'라고 투덜거리지만, 일단 학원에 도착하면 쉬지 않고 친다. 열정 모드를 최고치로 장착한다. 체력에 밀리지 않도록 낮시간에 일부러 영양제도 먹어둔다.


그래도 요즘은 낯이 두꺼워져서 피아노 치다 꼬이면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웃어넘기는 여유가 생겼다.


선생님께서 체르니는 어렵고 하기 싫더라도 꾸준히 연습해야 다른 어려운 곡도 칠 수 있는 기본이 된다고 하셨다. 아이들도 어려워서 한쪽씩, 윗음, 아랫음 따로따로 쳐가며 차근차근 배운다고 하셨다. 그러니 일하느라 연습시간이 짧고 올 때마다 진도를 내고 있는 나에게 너무 좌절할 것 없다고 하셨다.


'나 피아노에 영 소질이 없는 것은 아니었나 봐.' 안도가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피아노 학원에 가면 체르니 교본과 하농, 재즈 연습곡, 반주 연습곡 이렇게 네 권을 동시에 배운다.

다들 그렇게 배우겠지만, 그래도 문득 나 열심히 하고 있으니 그렇게 낙담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농의 앞 부점 치기, 뒷 부점 치기 절망의 늪에서는 이제 겨우 탈출했고, 음표 읽기와 내 손가락 사이에 한 템포 늦은 간극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지만...


분명한 건 약 두 시간 바짝 피아노를 치고 나오면 가슴이 채워진다는 것이다. 이유 없이 헛헛한 마음이 채워진다.

(물론 학원 가기 전까지가 항상 고비지만...)


돌아오는 길에 오늘은 분노의 맥주 대신 남편이 좋아하는 시폰 빵이랑 초코빵을 샀다. 이것도 성장이겠지.


내가 떠듬떠듬 간신히 치는 체르니 곡을 선생님께서 다시 쳐주시니 경쾌하고 아름다운 곡이 재탄생되었다. 문득 예전에 영화에서 보았던 어린 모차르트 생각이 났다. 아름답게 울리며 공간을 따뜻하게 채우던 그의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이렇게 단순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