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피아노랑은 안 맞는 걸까.
뚱 땅 뚜 웅~~ 땅 뚱 띵 삑!
일전에도 삑사리를 내면서 더듬더듬 피아노를 치고 있으니, 이제 그만 배우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이 훅 들어왔었다.
게다가 오늘은 다정한 피아노 선생님마저 레슨 중에
"아니~ 아니~!" 하시며 살짝 힘센 억양을 섞으셨다.
하지만 나도 변명거리는 있다.
나는 일도 열심히 해야 하고, 살림도 열심히 해야 하고 또 책은 많이 읽고 싶으니 연습할 시간이 별로 없다.
(이건 분명히 핑계인 것 같군...)
또 하루 종일 일하고, 밥도 안 먹고 부랴부랴 피아노 학원에 가면 머릿속이 웅웅 거린다. 종일 힘들게 돌린 내 머리는 너무 지쳐서 악보 보는데 쏟을 머리가 없다.
선생님까지 옆에서 지켜보고 계시면 진짜...
악보 따로 손 따로 손이 자동으로 아무 건반이나 막 치고 있다.
(내 손은 그저 살고자 하는 생존본능으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무거나 막 눌러보는 것이니 너무 뭐라 하지 말자)
오늘도 레슨을 마치고 아무렇지 않게 선생님께 웃으며 인사드리고 나왔지만, 돌아서는 내 어깨는 축 쳐졌다.
너무 지쳐서 혼잣말을 막 중얼거렸다.
그리고 편의점에 가서 맥주 두병을 샀다.
피아노 학원 가방에 맥주 두병을 욱여넣었다.
학원 가방에 맥주를 담으니,
배우는 학생의 본분을 배반하는 것 같아 살짝 일탈의 기쁨이 느껴져 기분이 나아졌다. 고소했다. (피아노에 대한 소심한 복수!)
계속 피아노를 배워야 하는가 심각하게 고민이 되었지만, 어쨌든 나는 멈추지는 않을 것 같다.
돈을 수억 갖다 바치면서 피아노랑 막 싸울 것 같다.
누가 이기나 두고 보자 피아노 너!
(에이~ 연습도 안 하면서 말만... )
'연습만이 살 길이다. 노력은 절대 배반하지 않는다' 이런 말 오늘은 절대 사절! 에이! 막 삐뚤어질 테야! 나 말리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