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요,

by 다정한 포비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캄캄한 밤길에,

저기 주차장 너머 벤치 풀숲에서

"우와왁!"

"우루루 !"

큰 멍멍이 짖는 소리가 났다.


나는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를 멍멍이에게 물릴까 봐 겁이 나서 들고 있는 장우산을 꽉 움켜쥐고 주변을 살피며 살살 앞으로 나아갔다.


"우와악 캭! 퉤! "


그런데 소리가 나는 그곳에서는


큰 멍멍이 대신에 허우대 멀쩡한 아저씨가 술 한 잔 거하게 걸치시고 오바이트를 하고 계셨다.


죄송하지만 정말 멍멍이처럼...


(아... 난 몰라...)


집에 들어와서 남편한테 이야기하니 남편도 창 밖으로 아저씨 토하는 소리가 너무 커서 집 안까지 다 들렸다고 했다.


사람이 술에 취하면 정말 멍멍이가 된다는 말이 사실이었던가?


내일 저 토사물은 누가 치운담?

비라도 오면 좋을 텐데...

나는 진심으로 경비 아저씨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양심껏 맥주를 딱 한 캔만 마시고 자기로 했다.


(번외 이야기 )


"잉... 너는 이 밤에 왜 여기까지 나와있니?"


자전거 도로까지 나와서 어찌할 줄 모르고 꿈틀대는 15cm 대왕 지렁이를(뱀이었을까?)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이용해 풀숲으로 옮겨 주었다.

녀석이 싫다고 너무 꿈틀대는 바람에 마지막에는 풀 숲으로 던진 게 마음에 걸리지만, 진심으로 녀석이 부디 몸성히 오래오래 잘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곤충이나 지렁이를 안 무서워해서 참말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렇게라도 도움을 줄 수 있으니 말이다.


비 온 다음날 포장도로로 나온 지렁이들을 보면 항상 안타깝다.

속에 물이 차서 숨을 쉬기 위해 밖으로 나왔지만,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아스팔트와 시멘트 바닥에서 돌아갈 곳을 찾지 못하고 죽어가는 지렁이가 나는 못내 가엽기만 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왕 지렁이를 도운 일은 오늘 한 일중에 제일 잘한 일 같다.


(그나저나 저는 은혜 갚은 지렁이 편을 기대해도 좋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