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회에 다녀왔어요.

by 다정한 포비


시작은 둘째 언니가 혼자 관람하려고 예매했던

[2022 서울시향 예브게니 코롤리오프 바흐 협주곡 연주회]를 다른 날짜에 가기로 변경하고,

저에게 그 표를 양도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유료 양도였습니다. 여러분.)

저는 연주회에 가려고,

다소 편한 옷차림을 즐겨 입는 평소의 금요일과는 다르게

아침부터 정장을 잘 차려입고

출근을 했습니다.

(저는 연주회에 어울리는 격식을 아는 사람이니까요. 하하)


또 들뜬 마음으로 오늘 저녁 메뉴 또한 바흐 협주곡 연주회에 어울리는 양식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바로~

치킨버거~ 예압~! 하하!


사실 처음부터 공연 시작 30분 전에 공연장에 도착하려고 오늘 저녁은 가장 먼저 보이는 가까운 샌드위치 가게나 패스트푸드점으로 가야겠다 생각했었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띈 유명 치킨버거 체인점으로 들어가 게다가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해 공들여 치킨 버거를 맛보았으니 양식이 맞긴 하지요. 하하! )


오늘 저는 혼자 공연장에 왔습니다.


공연장에 갈 때도,

공연장에서도,

공연장에서 돌아올 때도 저는 혼자였습니다.


혼자 연주회를 오니 함께 온 사람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공연에 만족하고 있는지 반응을 살필 필요가 없는 좋은 점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선율을,

혼자 생각하고,

혼자 몰입하고,

혼자 마지막 여운까지 충분히 즐겼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마 저는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고 공연을 관람했던 것 같습니다.

턱이 조금 아프고 머리도 조금 아파요.

눈과 귀의 감각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서 관람했습니다.


어느 순간엔 너무 좋아서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멈추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일더군요.


피아노 위에서 때론 가볍게 때론 힘 있게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피아니스트의 현란한 손가락과

음악의 선율에 따라 변화하는 피아노 거장의 격정적인 어깻짓과 다양한 표정에 저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살면서 어떤 일을 저처럼 열심히, 격정적으로 몰두하여 이루어낸 적이 있었던가?

(혼신의 연주를 마친 거장의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있었다.)


또 꿈결처럼 아름다운 연주를 보고 들으니 불현듯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아름다워서,

아름다운 것들을 위해서,

계속해서 run and run'이런 생각까지 미치니 눈에 눈물이 글썽.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 처음 배우기 시작했지만 체르니 초반부에 멈춘 나의 피아노 배움도 생각났습니다.

연주곡 하나는 멋들어지게 칠 수 있을 때까지 조금 더 배워둘 걸 그랬나 봐요.


돌아오는 길에는 엘지 야구팬들이 모여서 다 함께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어요. 오늘 경기에서 엘지팀이 이겼나 봐요.

늦은 밤에 지하철 역사 안에서 함성처럼 울려 퍼지는 그들의 거대한 응원가를 들으니


'서울은 신기하고 참 재미있는 일도 많구나.

언제가 나도 서울에 익숙해질까?'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저는 서울로 이사 온 지 세 달을 조금 못 채운 서울 새내기랍니다.)


아! 오늘도 참 대단한 하루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