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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nina Aug 07. 2020

브런치 때문에 한 달간 셀카 찍다

나를 나답게 하는 글을 쓰는 것과 셀카의 상관관계

당신 생각을 켜 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 함민복 <가을>


브런치 작가 등록 후 2달 반이 되었다. 24시간 불 켜진 책방 브런치. 연애할 때도 이렇게 폰을 자주 봤나 싶다. 정말 열일 했을 때 간혹 광시증(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빛을 느끼는 현상)과 손목 통증을 느꼈는데 요즘은 브런치 때문에 그럴 때가 있는 것 같다. 좀 (많이) 과장하면 24시간 브런치 생각을 켜 놓은 채 선잠을 자는 요즘인 것 같다.(부담스러워 마세요. 저는 기혼입니다 ^^;;)



브런치 작가 등록 2달 반.

'나를 알아보는 분이 없기를' 하며 보낸 시간


이 공간에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가족을 포함하여 아무도 모른다. 몇 년 간 힐끔거리며 독자로서 보기만 했다. 그러다 잘 되는 것도 없고, 잘 될 것도 하나도 없는 것 같은 기운에 휩싸이고 있는 나를 그냥 둘 수 없어 '뭐라도 해보자!' 하며 '브런치 작가 신청'에 도전했다.


감사하게도 작가로 받아주셔서 (아직 매번 힘들지만) 글 발행을 하고 있다. 힘들다고 손 놓으면 오래 놔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가능하면 일주일에 하나 이상은 발행하고자 노력 중이다.


여태 솔직하지 못하고 괜찮은 척하며 보낸 시간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머리 아프고 쳐다도 보기 싫었던 내 삶의 순간들을 이제라도 솔직하게 마주해 보자며 예전의 나와 맞짱(?) 뜨는 심정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나를 알아보는 분이 없기를' 하고 있다. 이제라도 괜찮은 척 그만하고, 있는 그대로 날 것의 내 마음을 글로 꺼내보고 싶었다.


작가명도 '나를 알아보는 분이 없기를'하며, 좋아하는 소설 <삶의 한가운데>의 주인공 이름인 니나로 정했다.


이미지는 따온 이미지보다는 내가 직접 찍은 사진 중에서 하고 싶었다. 이 역시 '나를 알아보는 분이 없기를' 하며, 얼굴은 나오지 않는 사진 중에 골랐다.


'이 순간'이라는 글귀가 찍힌 사진을 썼었는데, 그 사진이 예쁘다고 해주신 작가님이 계셔서 감사했다. 하하.

BUSAN APEC 나루공원



누군가에게 내 글이 읽히는 것에 대한 적응


작가 등록 후 브런치의 바다를 떠돌며 여러 작가님의 글을 읽었다. 작가 신청 전에도 몇 년 동안 독자로서 글은 읽어왔지만 작가 등록을 하고 나니 흔적(라이킷, 댓글, 구독)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독자일 때는 읽고 좋으면 라이킷을 누르는 것이 덜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내 글이 생기고 나자 내가 누르는 라이킷, 댓글, 구독으로 인해 내 글이 노출될 확률이 생겼다. 아-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힌다는 것은 나에게는 적응이 필요한 일이고, 여전히 부끄럽고 부담스럽기도 한 일이다.


그래서 작가 등록 후 한 동안은 라이킷과 댓글, 구독을 누르지 않고 (지금 생각해 보면 먹튀처럼?) 글만 읽고 다녔다. 읽는 양이 많아지기 시작하니 다시 읽고 싶은 글, 자주 가보고 싶은 작가님 글밭이 어딘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라이킷과 댓글, 구독을 누르기 시작했다. (덜덜덜하며;;)


지금 2달 반 정도 브런치 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라이킷과 댓글, 구독을 누르기 전에 몇 초 망설여진다. (댓글은 오타가 많이 나서 수정도 많이 한다 ;;) 나는 좋아서, 나중에 다시 또 읽거나, 생각날 때 들르고 싶어서, 공감을 해서, 새 글이 올라오면 빨리 보고 싶어서 라이킷과 댓글과 구독을 누른다. 그런데 그것으로 인해 남는 나의 흔적이 여전히 신경 쓰인다.


'나의 글을 읽어봐 주세요, 라이킷 해주세요, 댓글을 부탁드려요, 구독해 주세요'의 의미는 전혀 아니다. 오히려 잡티 한가득 한 쌩얼(!) 같은 내 글이 부끄럽고, 나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어색하다. 누군가 내 글을 읽는다는 것에 적응이 안되어 있다. 아직은 새로운 좋은 글을 만나게 되어도 여전히 라이킷, 댓글, 구독 앞에 망설이다 차마 누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답도 없는 쓸데없는 고민과) 생각을 오래 하는 편이고, 손도 느린 편이다. 지금 소통하고 있는 작가님들 글들도 아직 다 읽지 못했고 댓글 하나 달려고 해도 시간이 좀 걸린다. SNS도 해본 적 없고, 넓은 관계 맺기도 해 본 적이 없다. 마음 통하는 몇몇 관계에 만족하고 살아온 편이라 현재 브런치도 그렇게 이용하고 있다. 기회가 닿으면 차차 더 넓혀가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배움이 있는 글 놀이터


글을 쓰고, 다른 분들 글을 읽고 댓글로 소통도 하고 하다 보니 참 많은 것을 배운다는 생각을 한다. 기본적으로 '글'로 삶을 대하는 분들이 이용하는 곳이다 보니 다양한 관점은 물론 공감과 이해, 지지, 구체적인 삶의 지혜가 넘친다. 안정감이 있는 거리에서 적당한 표현으로 주고받는 공감과 지지로 인해 마음공부가 되고 있다.


잡티 한가득한 쌩얼(;;) 같은, 솔직하지만 예쁘지만은 않은, 못난 구석도 한가득 있는 나를 드러내는 글을 쓰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나를 드러내는 글을 쓰시는 작가님과 소통에 더 의미를 더해가는 것 같다. 글 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글이나, 프로필에 작가님 사진이 있으면 왠지 더 친근하고 글에 몰입이 잘 되기도 했다.


그래서 나의 브런치 작가 활동에 대해 주변에서는 아는 사람이 없길 바라면서도, 프로필에 내 사진을 넣어봤다(마스크로 반은 가렸지만).


앞으로도 내 글에 솔직하고자 하는 마음,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힐 때 친근하고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읽혔으면 하는 마음이다. 물론 사진이 없다고 친근하지 않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느낌이고, 하필 사진이 있는 작가님 글에 조금 더 매료된 순간이 있었을 수 있다. 그리고 작가님 사진 없는 글도 무진장 좋아하는 글 엄청 많다. 하하. 아직 2 달반 된 브런치 이용자의 이런저런 시도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매일 셀카 찍다 건진 브런치 프로필 사진


프로필에 사진을 넣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는 제법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사진첩을 뒤져도 프로필 이미지로 사용하고 싶은 사진이 없었다!


나는 6세 남자아이 한 명, 24시간 집을 지키는 성주신 남편과 함께 사는 37살 여자다.

참고사항.. 남편을 성주신이라 부르는 이유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편에 보면 집을 지키는 가신 성주신(마동석)이 나오잖아요. 저희 남편이 24시간 거의 매일 집에만 계시거든요. 그래서 제 휴대폰에 성주신이라고 저장했어요^^; 저도 종종 실업상태라 부부가 동시에 실업상태로 24시간 함께 있다보면 힘든 순간도 있고 그래서 제 나름대로 '웃고자' 남편을 '성주신 남편'이라고 곧잘 부른답니다.^^

예상하신 대로다. 내 사진첩은 6년째 아이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간혹 아이 옆에 붙어 있는 볼성 사나운(?) 나 밖에 없었다. 리얼한 내 모습이 그렇다 할지라도 너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매일 셀카를 찍기 시작했다.(^^;;)

오늘로 딱 한 달째다.


매일 한 장의 셀카를 위해 할 일은 많았다.


우선 매일 씻어야 한다. 사람이 쳐지면 매일 씻는 일을 게을리하기도 한다. 나의 심리상담 결과보고서에 '내담자의 청결상태'에 상담사의 기록이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걸 보면 잘 씻는 일도 정신건강에 좋은 것인가 보다.


머리도 단정하게 빗고, 화장도 한다. 화장에 대한 의견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화장한 내 얼굴을 더 좋아한다. 눈도 작고 쌍꺼풀도 없고, 존재감 없는 눈썹과 속눈썹에 약간이라도 힘을 주면 자신감이 좀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다.


가급적 옷도 매일 다르게 입었다. 성주신이 남편이 2년 반 동안 실업상태에서 근검절약을 하고 있어서 아무리 내가 새 옷을 사줘도 입던 옷만 구멍이 나도록 입는다. 그래서 몇 년 간은 내가 옷을 입는 것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한 마디로 우중충이었다. 남편이 아니더라도 출산과 육아로 인해 뭐가 묻어도 티가 잘 나지 않을 어두운 색깔에 펑퍼짐하고 나를 나답게 보이게 하는 구석은 없는 옷을 오래 입었다. 그렇지만 나도 여자이고, 나를 아름답게 해주는 옷을 입고 싶을 때가 왜 없겠는가! 이제는 남편과 아이 탓을 그만하기로 했다. 그동안 사놓고 애엄마에게는, 실업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던져놓았던 멀쩡한 옷들을 꺼내 입었다.


사진은 주로 오후에 자연광이 괜찮을 때 찍었다. 나는 잘 붓는 편이라 아침에는 부은 눈이 상당히 마음에 안 들 때가 많다. 하하. 그래서 나의 만족이 중요한 셀카이므로 부기가 좀 빠진 오후에 예쁜 척(;;)을 하며 사진을 찍는다. 셀카 찍는 방법도 잘 몰라서 검색도 해가며 한 달 정도 찍다 보니 어설프지만 전신샷까지 찍기도 한다. 처음보다는 제법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하.


그렇게 찍다가 마스크를 낀 사진 하나를 브런치 프로필에 걸었다. 평소 나의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지만, 글을 쓰는 니나라는 작가명을 가진 나에게는 어울리는 것도 같아서 걸어보았다. 이 사진에 대해서도 한 작가님께서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사실 부끄러우면서도 기뻐하고 있다. 하하.


브런치 2달 반 생활을 돌아보며


여전히 글을 쓰고 발행하는 일, 내 잡티가 그대로 드러나는 쌩얼 같은 글이 누군가에게 읽힌다는 것에 적응하는 일, 소통을 하는 일이 설레기도 하면서도 어떤 때는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 배움이 넘치고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부분이 많다. 안정감이 있는 거리에서 적당한 표현으로 주고받는 공감과 지지를 앞으로도 건강하게 즐기고 싶다.


제가 아는 모든 작가님들, 독자님들.

전 연애할 때도 이렇게 휴대폰을 안 본 것 같아요 정말^^;

이런 소통의 경험을 나누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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