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쓴 지 2달 정도 되어가네요. 글 하나 쓸 때마다 부족하고 부끄럽다 여겨집니다. 그래도 하나하나 쓰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겠지 하며 글쓰기와 발행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런 글에 라이킷, 댓글을 달아주셔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어제보다조금은 나은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겠다 생각도 합니다.
오늘 아침에, 어제 쓴 글 하나를 발행 취소했습니다.(라이킷과 댓글 주신 분들께 죄송합니다ㅜㅜ 수정하여 다시 발행하고자 합니다. 이해 부탁드릴게요. 꾸벅) 글 발행이 되면 한 분에게라도 읽히도록 브런치에서 기회를 열어주셔서 읽어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읽어주시는 분이 생기면 라이킷, 댓글, 구독으로 피드백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글이 부끄럽더라도 '피드백'까지 받으면 제가 조금 더 성장한다 여겨져 발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쓰고 발행했던 글(아들이 좋아하지만 남편이 더 많이 먹는 꼬마김밥)은 '발행 취소'를 했습니다. 브런치 이웃들께서 라이킷과 댓글 역시 보내주셨습니다. 감사했고 위로도 받았습니다.(추후 수정하여 발행하고자 해요. 이해부탁드립니다)
발행 취소한글은저의 다른 글처럼 가능한 한 솔직하게작성하였습니다. '솔직한 제 속마음'이 '글'이라는 옷을 입고 세상에 나와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저와 마주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마주한 제 속 마음은 참 불쌍해 보였습니다. 행복을 원해 본 적 없는 삶, 자유롭고 싶다지만 스스로 옭아매고 사는 삶,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며 합리화하는 삶.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제가 그 글 속에 보였습니다. 다른 글 속에도 못난 저는 다 들어 있지만 이번 글 속의 저는 유난히 못나고 불쌍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발행 취소를 했습니다.
저는 저에게 주어지는 '불편함'과 '불평등', '차별'에 대해 불만을 가지면서도 수용하며 사는 삶을 살아온 것 같습니다. 저에겐 그런 것을 해결한 힘이 없다거나 맞서는 것이 의미 없이 피곤하기만 한 일이라고 치부하며 수동적인 자세였던 적이 많다고 느껴졌습니다.
결혼에 대한 결심도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거빈곤이 지겨워서'였습니다. (성격이 맞는 배우자와 사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성격이 맞지 않는 배우자와의 생활은 '맞춰가며 함께 하는 삶'이 아니라 '나를 힘들게 하는 당신에게는 결코 행복한 얼굴을 보여주지 않겠다'라는 다짐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렇게 살았기에 무표정하고 무미건조한 사람이 되어갔고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혼의 기로에 섰었고 현재 제 삶의 구석구석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그런 모습(나아지지 않는 심란함, 주거빈곤보다는 낫지만 보통은 안 되는 환경, 깃털보다 가벼운 잔고, 장기실업, 늘어난 체중 기타 등등)으로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남편과 다시 함께 하는 삶을 살아보는 노력을 하자는 데에 동의하고 살고 있지만 여전히 '사랑과 행복'을 바라는 삶은 아닌 것 같습니다.
2년 전쯤 심리상담을 받을 때 매슬로우욕구 5단계 중 제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에 대해 인지해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매슬로우 욕구 단계 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기본 욕구가 충족될 때, 더 높은 수준의 욕구를 발달시키기 시작하며 이 욕구는 5단계로 분류한다.
DAUM 백과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9년간 하며 제 스스로의 만족과 주변으로부터의 인정도 받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4단계 자기 존중의 욕구 단계라 생각했는데 상담과정에서 3단계 애정과 소속에 대한 욕구도 충족을 못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도 3단계를 충족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참 못난 고백이네요.
평소 저는 '삶, 의지, 자유, 책임, 밤, 의미' 이런 단어를 좋아합니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알베르 카뮈의 인생의 10가지'를 접한 이후부터 종종 저 스스로에 대한 생각이 많아질 땐 '제 인생의 단어'를 꼽아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알베르 카뮈의 인생의 10가지 키워드> 세계, 고통, 대지, 어머니, 사람들, 사막, 명예, 비참, 여름, 바다
못난 고백을 써 내려가며 제 인생의 키워드를 오늘도 더듬어 봅니다. 키워드는 살아가는 장면 장면마다 달라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 어떤 지점에서라도 적어도 한 번은 '행복'이나 '사랑'을 제 키워드로 꼽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어떤 것이 행복일지 잘은 모르겠지만 '지향'하기라도 해 보는 삶을 이제라도 해보고싶습니다.
그런 힘을 이 곳, 브런치를 통해서 많이 얻었습니다. 작가 등록할 땐 '글쓰기'에 대해서만 생각했었는데, 글을 쓰다 보니 정말 저를 돌아보게 되고 변화, 행동을 하게 됩니다.
글을 쓸 땐 제가 가진 밑천이 드러나는 기분이 들어 힘들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가슴 뛰고 즐겁기도 합니다. 제 글을 읽고 댓글을 달아주신 내용을 보며 삶을 배웁니다. 참 기쁘고 가슴 벅찬 경험이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서툴고 부족하겠지만 앞으로도 솔직하고 담담하게 제 자신을 글로 기록해보고자 합니다. 이제는 진정으로 자유와 편안한 삶에 닿을 수 있기를 희망하며 몸을 움직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