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지는 햇살 사이로 아이가 뛴다. 노을 질 때, 빛과 포개지는 아이의 뜀박질을 보면 마음이 묘해진다. 왜인지 코끝이 찡해지는 것. 괜히 턱을 한번 쓰다듬게 되는 그런 마음이다.
얼마 전까진 세상에 없던 존재, 뛰기는커녕 걷기도 힘들었을 연약한 사람. 딱 지금 이 순간만 생각하며 뛸 수 있는 이가 바로 아이다.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겠지. 그 아득하고 희미한 날을 떠올리려 애쓰다보면, 어느새 아이는 눈앞에서 사라진다.
고개를 돌리면, 아이는 엄마 혹은 아빠에게 안겨 웃고 있다. 긴 레이스를 끝낸 마라토너만큼 아름다운 완주다.
내가 더 이상 뛸 수 없는 나이가 됐을 때, 아이는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르게, 그리고 멀리 뛸 수 있는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것. 우리 어른의 역할이란 그런 거겠지.
글 & 사진 김대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