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방엔 당신이 산다] 셋

그 얼굴도 당신의 얼굴이니까

by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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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일이다. 처음 당신과 밥을 먹은 날. 당신은 나를 경계하는 모습이었고, 그다지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조금 웃었고, 적당히 침묵했다.


밥을 먹는 상대방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지 않는 게 예의라고 배웠다. 나는 배운 사람 티를 내려고 의도적으로 당신의 얼굴을 외면했다.


당신도 그렇게 배웠던 걸까. 우리는 드문드문 눈을 마주쳤고, 서툴게 대화했다. 밥을 먹는데 집중하는 척 했지만, 제대로 먹기 힘들었다. 결국 그날 우리는 밥을 남겼다. 꽤 비싼 거였는데. 속으론 아까웠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계산을 했다.


그날로부터 한참 시간이 지난 뒤, 우리는 밥을 남기지 않는 사이가 됐다.


서로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밥알까지 싹싹 긁어 먹을 수 있는 사이는 여러모로 좋았다. 특히 당신이 밥을 먹는 모습을 빤히 쳐다볼 수 있어 좋았다.


입을 ‘앙‘ 벌리고 숟가락을 집어넣는 얼굴. 볼을 빵빵하게 만들고 우물거리는 얼굴. 왜인지 그런 얼굴이 나는 좋았다. 그래서 가끔 밥 먹는 당신의 얼굴을 사진으로 남겼다.


당신이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밥을 먹는 얼굴이나, 입을 벌리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 그리 예쁘진 않다는 걸.

하지만 당신은 내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가끔 “왜 자꾸 그런 걸 찍냐”며 가볍게 투덜대거나, 함께 사진을 보며 낄낄거릴 뿐이었다.


언젠가 우두커니 앉아 당신의 밥 먹는 사진을 하나씩 살펴본 적이 있다. ‘예쁘지 않은’ 당신의 얼굴을 보며 나는 혼자 웃었다. 그리고 이것도 당신의 얼굴이라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는 이 보다 더 ‘예쁘지 않은’ 얼굴을 보게 될 날도 오겠지?‘


살다보면 보이기 마련인 일그러진 얼굴. 나는 그때도 아무렇지 않게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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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사랑은 이런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살다보면, 그리고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얼굴

가능한 감추고 싶은 얼굴

그러니까

지금은 보이지 않는

예쁘다곤 할 수 없는 얼굴

그런 얼굴까지 바라볼 수 있는 것

“괜찮아”하고 웃으며

쓰다듬을 수 있는 것

그런 게 사랑 아닐까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지난 오늘, 밥 먹는 당신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아마 그때와 비슷하겠지. 예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의 밥 먹는 사진을 지우며 기도한다.



지금 당신이 만나는 누군가도

당신의 밥 먹는 얼굴을

그저 빙그레 웃으며

바라봐줄 수 있는 사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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