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달리다니

도전 : 군것질 안하기 16일차

by 전푸른

마지막 출근일. 오전에 10시 반쯤 배가 고팠는데 11시 미팅이 끝나기까지 기다리자고 마음 먹었다. 11시 50분쯤 미팅이 끝났고 점심시간이어서 오전에 금식할 수 있었다. 야호!


오늘 점심은 찐고구마 2개와 귤 2개. 천천히 먹으니 고구마 1개 반 정도로 배가 불렀다. 그동안 서너개씩 먹었는데. 먹는 것은 기쁨이라는 명제 아래 몸의 신호보다 명제를 우선시 한 결과다.


3시 쯤 퇴근해 집에 오니 아무도 없다. 남편이 아이들 데리고 Utrecht에 기차박물관에 간 까닭. 이 시간에 달리기를 해야지 생각하며 집에 왔다. 막상 달리려고 옷을 갈아입는데 당장 가기 싫은 마음이 꾸물럭 거리게 만들었다. 그래도 꾸물럭꾸물럭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섰다. 제법 춥고 어제에 이어 연속으로 무리하면 달리기 싫을 것 같아서 20분만 뛰었다. 그것만해도 온 몸이 상쾌하고 게으름을 넘어 공들인 기쁨을 따냈다는 승리감을 느꼈다.


돌아와서 저녁 준비를 하며 귤을 까먹고 남은 찐고구마를 먹었다. 두부찌개도 먹고 감자볶음도 먹었다. 하나를 잘하면 하나를 못한다. 달리기를 하고 많이 먹는다. 그래도 좋다. 앞으로 잘하면 되니까.


먹는 것으로 회귀하는 이유는 먹는 것 이외에 재미난 게 없어서인 것 같기도 하다. 집안일은 하기 싫고 누워만 있으면 지루하고 애들이랑 놀기는 더 힘겹고... 그래서 먹고 있는 게 아닌가.


책이 좋은 창구인데 요새 또 그냥 그렇다. 어디 재밌고 유익한 거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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