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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와밥풀 Jul 29. 2019

동시빵가게

101. 동시빵 맛보기 - '숲속 마을 목욕탕'


도시에 뚝딱뚝딱 레고 쌓기처럼 아파트가 세워지고 있다. 버스를 타고 이 동네에서 저 동네를 넘나들 때 기우뚱한 타워크레인은 1톤씩 한 세계를 들어 올리고 있다. “또 높이 짓는구나!” 동네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속도로 목욕탕은 땅속으로 솨르르 파묻혔다. 


어린 시절 나는 주택가에 살았다. 빨간 지붕, 파란 지붕을 알아볼 수 있는 우리 동네엔 항상 대중탕이라고 불리는 공중목욕탕이 있었다. 주일이면 꼬박꼬박 성당에서 영혼의 찌든 때를 벗기는 것처럼 목욕탕도 나를 거룩하게 하는 중요한 의식의 장소였다. 


연두부처럼 흐물흐물해진 손으로 엄마 손을 잡고 목욕탕을 나올 때면 똑같은 샴푸 냄새를 바람에 풍기면서 한 손엔 바나나 맛 항아리 우유를 쭉쭉 빨며 개운한 표정의 우리 반 아이들이 있었다. 


하도 싸돌아다녀서 얼굴이 새까만 때꼽쟁이 아이가 언제 씻는지 이웃이라면 빤히 알 수 있었다. 동네 목욕탕이 있어서. 하지만 이제 대중탕 같은 건 이 시에서처럼 숲속으로 사라졌고, 숲속에서도 소낙비 쏟아진 날만 열리니 이제 목욕탕은 비밀스러운 개인의 세계이다. 


이 시를 유아에게 들려준다면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찾아보라고 말할 것이다. "후두두둑, 퐁퐁퐁, 드르르륵, 푸륵푸륵, 텀벙텀벙, 퐁당퐁당….” 물소리처럼 경쾌하게 소리를 내어야겠다. 지금처럼 장맛비 내리는 날 나무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에 시원한 촉감을... 비밀 숲속 목욕탕을 느끼고 싶다. 물안개 자욱하게 피어나는 목욕탕, 이제는 레고 아파트 속으로 사라진 향긋하고 풋풋한 목욕탕 냄새. 도시의 까마귀 어른은 숲속 마을로 걸어 들어가고 싶다.


https://dongsippanggage.modoo.at/?link=1z9dzdpv

서희경 : 일곱 살 어린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동시를 쓰고 있어요. 아동문학을 재미있게 해석하려고 곰곰이 생각하기도 해요. 초승달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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