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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와밥풀 Jul 12. 2021

동시빵가게

159.동시빵맛보기 - '어둠'

 빛은 생명을 태어나게 하는데 눈 부신 불빛이 있는데 왜 살 수 없을까? 주체는 어둠이기 때문이다. 빛을 만날 수 없는 어둠의 상태, 어둠의 시간, 어둠의 시선은 무엇일까? 어둠은 누구일까? 어둠과 빛은 공존할 수 없는 숙명이지만, 어둠이 있어서 빛이 귀하고, 빛이 있어서 어둠이 귀하다. 24시간 눈 부신 불빛이 켜져 있는 도시. 잠을 재우지 않는 도시에서 생명이 태어날 수 있을까? 생명이 태어나려면 빛이 있어야 하지만 어둠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말씀으로 빛을 창조하실 때 어둠이 심연을 덮고 있었다. 어둠은 빛보다 더 오랫동안 이 땅에 존재하였다. 어쩌면 어둠은 빛을 더욱 빛나게 하는 건지도 모른다. 

  1964년 사회학자인 루스 글래스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말을 처음 썼다. 레트로의 감성을 살려 성수동, 연남동, 익선동에 예쁜 카페 거리가 생겼다. 눈이 부셨지만, 사람들이 몰릴 때마다 임대료가 치솟았고, 원주민을 내쫓고 대형 프랜차이즈가 등장했다. 그리고 이제는 코로나가 그마저도 내쫓고 있다. 24시간 배달음식점만 진행 중인 도시. 그리고 온종일 꺼지지 않는 불빛. 눈 부신 불빛은 도시 사람들을 도통 재우지 않는다. 단잠을 자고 몸을 회복해야 생생한 아침이 올 텐데, 밤이 꼭 필요한 어둠은 도시가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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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경 : 동시를 쓰고 아동문학을 연구합니다. 우리말로 옮긴 그림책으로 『꼬마 벨과 달님』, 『너에게 쪽지를 썼어!』, 『별똥별처럼』, 『탐정 해럴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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