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동시빵 맛보기 - '마음 비빔밥'
마음 비빔밥, 시의 발상이 재미있다.
나는 비빔밥을 자주 먹는다. 혼자 먹을 때 비빔밥처럼 해 먹기 좋고 흥이 나는 일은 없다.
비빔밥을 해 먹는 순서는 이렇다. 우선 집게와 가위를 잡는다. 온갖 음식들을 식탁 위에 꺼내 놓는다. 큰 그릇을 하나 준비 한 다음에, 집게로 음식을 조금씩 집어서 가위로 잘게 썰어 그릇에 담는다. 오늘도 비빔밥을 해 먹고 이 글을 쓴다. 김치, 멸치 볶음, 낙지 젓갈, 사과, 배에다 밥을 적당히 넣고, 고추장, 참기름과 매실액도 넣은 다음에 비빈다.
비빔밥은 해 먹을 때마다 재료가 다르니 맛도 다르다. 하나하나 음식 재료들은 그 나름의 맛이 있지만, 비빔밥을 하면 고유의 맛들이 뒤섞여서 서로에게 스며들어 예상하기 힘든 맛을 낸다.
서로 다른 마음들을 섞었을 때 무슨 맛이 날까. 마음 비빔밥을 해 먹는다는 건 무얼까. 아주 잠깐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동시인들이 모여서 웹진 형태의 동시 전문지라 할 수 있는 <동시 빵가게>를 만든다. <동시 빵가게>는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동시인들의 마음이 하나의 그릇에 모여서 비빔밥이 되어 나오는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각 호마다 그래서 맛이 다르다. 각각의 동시들이 서로에게 스며들어 내는 동시빵가게 매호의 맛도 늘 다른 것이다.
마음 비빔밥을 만드는 과정 그 자체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과정이 아닐까. 동시빵가게를 직접 만드는 빵빵장인 김바다 시인의, 마음 비빔밥을 만드는 저 발상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동시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숙성된 상상력이 바탕이 되어 나온 시일 것이다.
https://dongsippanggage.modoo.at/
이재복 : 동시 읽는 걸 좋아하는 동시빵가게 바지사장입니다. 시인들과 어린이 독자와 동시빵가게 만들면서 같이 재미있게 놀고 싶습니다. iyagibo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