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동시빵 맛보기 - '남는 장사'
우리 집 에어컨 실외기 뒤에 비둘기가 두 개의 알을 품었다.
베란다 문을 열 때마다 엄마 비둘기 레이저 눈빛에 뒷걸음질당하기
일쑤였다. 아무 소리 못하고 문을 닫곤 했다.
삼일 전 드디어 아기 새 소리가 났다.
- 비둘기가 세균을 엄청 옮긴대. 얼른 치워야 돼.
- 아기 새가 태어났는데 어떻게 치워.
- 글쎄. 어쩌면 좋을까?
가족의 의견은 분분하다.
비둘기 배설물이 늘어만 간다.
여전히 엄마 비둘기는 아기를 꼭 품었고 아기 새는
회색 빛 머리털을 보였다 숨겼다 한다.
날씨는 무덥고
창문은 잘 못 열고
비둘기는 아기를 품고
아기 새가 엄마 비둘기와 함께 둥지를 떠나기를 바라며
이봉직 시인의 '남는 장사' 동시에게 말을 건넨다.
‘이것도 사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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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 : 월간 <어린이와 문학>으로 등단했고 동시집 『도시 애벌레』,
『스마트폰이 심장을 갖는다면』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