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동시빵 맛보기-'병아리가 된 엄마'
출근 길 아침 식탁에서 졸린 눈으로 물에 말은 밥 한 숟가락 입으로 떠 넣을 때였다. 뉴스에선 국민 비만 관리 대책을 세우겠다는 보건부의 소식을 전했다. 그래서 먹방을 규제하겠다고. 시민들의 뱃살 관리를 하겠다? 순간 어젯밤 떡볶이와 순대, 닭꼬치 20개를 20분 만에 먹어치운 먹방녀의 얼굴이 스치고 지나갔다. 좋아하는 음식을 찹찹찹 대신 먹어 주는 모습에 만족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음식을 먹고 싶지만 배둘레햄을 걱정하기 때문이겠지. 한국의 먹방 문화는 이제 한류를 타고 전 세계의 배꼽시계를 울리고 있다. 한밤의 먹방은 ‘MUKBANG’ 고유명사가 되었다.
병아리가 된 엄마도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그래서 나처럼 먹방을 보면서 맛있는 음식을 이미 먹었다고 뇌를 속였을지도 모르겠다. 다이어트는 정말 나와의 싸움이다. 숟가락을 집었다 내려놨다의 반복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입에선 “내가 여배우도 아닌데… 누구를 위해서 다이어트를 하나?” 하는 말이 튀어나오고 “그래 내일부터 하자!”며 닭다리 하나를 뜯을지도 모른다. 다이어트! 정말 누굴 위해서 하나? 예쁘고 비싼 원피스까지 걸어 놓고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는 뭘까? 건강을 위해서 다이어트를 한다면 누가 뭐라고 할까? 하지만 병아리가 된 엄마와 나는 예쁘고 비싼 원피스, 작은 원피스를 입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한다. 사이즈의 문제! 누가 아름다움의 기준을 작은 사이즈로 정했는가? 왜 지금 시대의 아름다움의 기준은 빅 사이즈가 아니라 스몰 사이즈가 되었는가. 참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이사를 제안한다. 우리 모두 달로 가자.
무중력 상태인 달에 가면 지구의 몸무게보다 1/6 적어진단다. 달에서는.
빅 사이즈도 괜찮다. 달에서는.
누군가가 혼자서 먹는 음식을 혼자서 보면서 위안을 얻기보다 빅 사이즈를 고민하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또는 사랑하는 친구들을 초대해서 서로 좋아하는 음식을 한상 차려놓고 와구와구 즐겁게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자. 달에서 우리 함께 먹방하자. 그런 날이 오기를.
빅 사이즈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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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경: 떡볶이를 애정하고 동시를 쓰며 그림책을 만들고 있다. 옮긴 그림책으로는 『탐정 해럴드』 , 『너에게 쪽지를 썼어!』 , 『별똥별처럼』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