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동시빵 맛보기 - '분홍 그리고 노랑'
요즘 아침마다 찔레 화분을 먹고 있다.
작은 종지 위에 찔레 화분을 한 숟갈 떠 놓는다.
거기에 꿀을 또 한 두 숟갈 넣는다.
잘 섞어서 작은 스푼으로 떠먹는다.
찔레 화분은 꿀과 뒤섞이면 먹는 식감이 꼭 부드러운 떡을 먹는 것 같다.
왜 이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다.
오순택의 동시 '분홍 그리고 노랑'을 읽는데,
시에서는 노랑나비가 꽂대 위 분홍 접시에서 꿀 한 스푼을 냠냠 먹는다.
시를 읽고 나니 작은 종지 위에 꿀이 섞인 찔레 화분을 냠냠 먹는 내가 노랑나비가 된 느낌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니 찔레 화분이 더 맛있게 느껴졌다.
시 읽기란 무엇인가.
시를 삶 속에서 몸으로 살면서 읽는 맛이 이런 것이 아닐까?
'분홍 그리고 노랑',
이 시는 내가 몸으로 노랑나비의 삶을 연기하며 읽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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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복 : 동시 읽는 걸 좋아하는 동시빵가게 바지사장입니다. 시인들과 어린이 독자와 동시빵가게 만들면서 같이 재미있게 놀고 싶습니다. iyagibo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