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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와밥풀 Jul 08. 2019

동시빵가게

98. 동시빵 맛보기 - '눈먼 할머니가 들려준 눈 밝은 이야기'

미용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잡지책을 넘기다가 보았다.

빨간색 멋진 티셔츠를 입은 아이가 대형 선풍기 앞에서 케이팝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었다. 

무척 빠른 노래와 아이 동작이 딱딱 맞았다. 커다란 선풍기 바람에 아이의 짧은 머리가 휘날렸다. 아이가 노래를 따라 부르는지 웅웅 소리에 가끔 맑은 음성이 섞이는 듯했다.  

아이에게 몰래 보고 있단 걸 들키고 말았다. 마침 그 노래가 끝나고, 아이도 무대에서 내려섰다. 잘했다고, 더 하라고, 엄지를 척 내밀었지만 아이는 웃기만 했다. 

나는 ‘눈먼’ 할머니가 되었어야 했다. 문득 위 시에서 왜 ‘눈먼 할머니’일까 궁금해하는데, 그때 ‘눈 밝았던’ 내가 조금 못나 보이기는 한다. 또 문득 어느 할머니 앞에서 신나게 뱀 춤 한번 추고 싶어졌다. 동생 꼬셔서 피리 불라 시켜야겠다. 내가 아이를 보며 즐거웠던 것처럼 울 할머니 헤헤헤 웃으려나, 눈 멀 생각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맘껏 웃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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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복  : 《아동문학평론》에 동시로 등단.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당선. 동시집 『울 애기 예쁘지』 『고양이 걸 씨』 『똥 밟아 봤어?』,  그림책 『호랑나비와 달님』 『도토리 쫑이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출간.  제12회 서덕출문학상,  제5회 어린이와문학상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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