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들(My Friends) 에마뉘엘 보브

외로움에 관한 블랙코미디

by 김설


에마뉘엘 보브의 소설 『나의 친구들』은 웃프고 외로운 남자의 1인 코미디이자, 현대인의 고독을 날카롭게 포착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지칠 법도 한데 결코 포기하지 않고 "저는 친구를 갖고 싶습니다"라고 끊임없이 말하고 다닐 뿐만 아니라, 마치 구걸하듯 사람들에게 관계를 요청한다. 그가 친구를 찾는 여정을 지켜보다 보면 "아, 이제 그만해..."라고 말하고 싶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그 말은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의 외침은 결국 "저는 살고 싶습니다"라는 절박한 생존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비장하게 시작된 주인공의 여정은 결국 '친구 만들기 대참사'로 귀결된다. 작가 에마뉘엘 보브는 친구 없는 남자 '나'를 내세워, 파리의 카페, 거리, 극장 등 도시 곳곳에서 엉뚱하고 어설픈 방식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으려 한다.

하지만 결과는 매번 예상을 벗어나 황당하고 처참하다. 독자는 주인공의 시도가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그의 다음 행동이 궁금해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이번에는 친구를 사귀게 될까? 하지만 주인공은 매번 헛다리를 짚어 독자로 하여금 안타까운 탄식을 뱉게 한다. 사람은 많지만 마음은 더 외로운, 도시인의 고독을 블랙코미디로 완벽하게 버무린 이야기다.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은 매 순간 찌질하면서도 웃긴, 그러면서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주인공의 모습에 있다. 한 줄로 표현하자면 '프랑스판 찐따 일기장'이라 할 수 있다. 진지한 척하지만 은근히 웃기고, 슬픈 척하다가도 너무 공감돼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에마뉘엘 보브는 마치 우리의 춘향전을 쓴 미상의 작가처럼, 인간 현실의 밑바닥을 정성껏 그려낸다. 섬세한 필치로 묘사된 고독과 관계의 풍경을 읽다 보면, "와, 나만 이런 거 아니었네?"라는 이상하지만 따뜻한 위로를 받게 된다.

누구에게 추천할까?

- 관계에 서툰 사람들
- 혼자이지만 북적이는 세상에 사는 사람들
- 인간관계가 피곤하게 느껴지는 모든 이들
- 현대 사회의 고독에 관한 깊은 통찰을 원하는 독자
- 웃프고 씁쓸한 블랙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들

이 책을 읽고 나면 친구가 생기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왜 친구를 필요로 한지, 그 본질적인 이유는 분명히 깨닫게 된다.

세상에 나온 모든 책은 글쓰는 사람에게 "아,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었는데..." 한 발 늦었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에마뉘엘 보브의 『나의 친구들』은 그런 점에서 나에게 더욱 특별하게 읽혔다. 외로움이라는 보편적 감정을 이토록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작가의 재능에 감탄하게 되면서 몹시도 부럽다.

파리의 거리를 홀로 걸으며 친구를 찾아 헤매는 주인공처럼, 우리도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연결을 갈망하는 존재임을 상기시켜주는 소중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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