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란 섬에서 발견한 나만의 지도

혼모노_성해나

by 김설




'난 그냥 나야'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왜 이런 당연한 진리를 자꾸 잊어버릴까? 아마도 타인의 시선에서만 나를 확인하는 데 너무 익숙해서일 것이다. 혼자라는 것, '혼모노'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와의 관계가 어려울 때 심리학자 위니컷의 책을 읽었었다. 당시는 우리가 불안전 애착관계라는 사실을 알고 꽤나 힘들던 시기였다. 지금까지 기억나는 구절이 하나 있다."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정신적 성숙의 중요한 지표다. 이 문장을 읽고서야 깨달았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이 어렵구나. 진정한 자아를 만날 수 있으려면 혼자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데 거기서부터 엇나갔으니 자아를 찾는 일이 이처럼 어렵구나.' 『혼모노』는 바로 이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책이다.



'혼모노'란 일본어로 진짜, 정통, 순수한 것을 의미한단다.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된 단어다) 성해나 작가는 이 단어를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로 재해석했다. 타인의 기대나 사회적 압력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걷는 사람, 그것이 바로 진짜이고 '혼모노'인 것이다.



『혼모노』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심리학적 관점에서 읽게 되는 책이었다. 오래전에 읽었던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이 어렴풋하게 떠올랐는데 기억이 확실하지 않아 오래된 필사 노트를 한참이나 뒤적거렸다. 그는 저서 『정체성』에서 역할 혼란 단계를 설명해 준다. 청소년기부터 성인 초기까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싸우며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한 채 타인이 기대하는 역할만 수행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내용이었다. 읽을 당시 이건 내 얘기군…! 하며 읽었었다. (책을 읽을 때는 이처럼 예전에 읽었던 책이 자동 소환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책이 현재의 책으로 들어가는 걸 방해할 때도 있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혼자이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기보다는 끊임없이 관계에 의존함으로써 불안을 회피하려 한다. 하지만 성해나 작가는 이 불안을 직면하고 받아들일 때 오히려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혼모노』는 소설인데 어떤 면에서는 자기 계발서 같았다. 마치 심리 상담사처럼 내 손을 잡고 아직 만나지 못한 진짜 '나'를 찾아 나서자고 제안한다. 또한 작가는 SNS와 현대인의 정체성 문제를 짚어서 내 안에 있는 가짜 자아(false self)'를 밖으로 불러냈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서는 타인의 인정과 '좋아요'를 위해 진짜 모습은 숨기고 포장된 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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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올린 케이크는 맛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맛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맛있게 보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마치 우리의 삶이 행복해 보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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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비유인 동시에 씁쓸한 현실을 지적하는 문장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예쁜 사진을 찍다가 다 식어빠진 커피를 먹은 게 한두 번이 아니어서 웃음이 나오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찔렸다. 혼모노가 되려면 어떤 것부터 실천해야 하나 역시 자기 관찰과 마음 챙김이다. 늘 바깥으로 향해있던 관심을 안으로 돌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하라는 말인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는 소설이지만 따뜻한 위로서 같다. 읽고 나면 마치 좋은 심리 상담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진짜 나로 살고 있는가?"


"오늘 얼마나 나를 사랑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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