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의 테두리를 그리는 순간, 우리는 이미 광기의 영역으로 들어선다.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을 고치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등장한 최고의 엘리트, 시망 박사.
그가 만든 ‘그린 하우스’는 정신병원을 가장한 사회 판단 머신이다.
그런데… 치료 대상이 점점 늘어난다. 미쳤다는 기준이 다양하고 너무나 하찮다. 말 많으면 광인, 조용하면 광인, 착해도 광인, 욕심 없어도 광인. 광인 아닌 사람이 드물다. 마침내 마을 사람 대부분이 입소 완료다.
“그럼 정상인은 누굽니까?”라는 물음에 박사가 대답한다.
“아… 아무래도… 나?”
그리고 그는 자기 발로 그린 하우스에 들어간다.
이 책은 과학의 탈을 쓴 권력의 미친 폭주를 보여준다.
광기의 기준이 얼마나 자의적일 수 있는지 아찔하면서도 웃기게 보여준다.
브라질의 천재 작가라는데 나는 마샤두 지 아시스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다. 낯선 그가 갑자기 나타나 나에게 물었다.
‘너 진짜 정상 맞아?’ 속삭이듯 던지는 철학적 폭탄이었다.
평소에 나는 나를 향해 장난처럼, 진심이 담긴 농담을 하듯 '나 미쳤네'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래서 그런지 막 찔리고.
이 책을 읽고 어떤 미친 의사의 미친 짓거리라고 웃어넘겼다면, 당신은 정상일 수도… 아닐 수도…
19세기 브라질 문학의 거장 마샤두 지 아시스가 던진 이 질문은, 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기억나게 하고 니체의 '이성 비판'을 적절하게 담아낸 철학적 사유의 결정체라고 말할 수 있다. 단순한 소설이 아닌, 근대성 자체에 대한 예리한 해부이자 인식론적 성찰의 결과이다.
주인공 시망 박사는 계몽의 아이
처음에는 명백한 '비이성'의 징후를 보이는 사람들만 병원에 수용했으나,
시망 박사의 진단 체계는 점차 모든 사회적 행동을 병리화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이분법적이다.
언어의 과잉과 언어의 결핍, 감정의 범람과 감정의 부재, 관대함의 극단과 인색함의 극단, 열정의 과잉과 열정의 부재 같은 이분법적 구조는 결국 모든 인간 행동을 정신병자로 진단할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이 된다. 마을 인구의 80%가 '그린 하우스'에 수용되는 기괴한 상황은 푸코가 말한 "감시와 처벌의 내면화"가 최고조에 달한 디스토피아적 풍경 같다.
러니를 소설에서 재현했다. 그놈의 계몽이라는 단어는 요즘의 대한민국에서 뭔가 잘못 쓰이는 단어 아닌가.
지적 권위와 과학적 합리성을 상징하는 엘리트 정신과 의사를 보면서 누군가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얼핏 보면 계몽주의적 기획이지만, 실은 권력과 지식의 불가분 한 관계를 폭로하는 메타포가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시망 박사의 이 자기반성적 질문은 현대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 그가 자신을 병원에 수용하는 행위는 단순한 플롯의 반전이 아니라, 이성이라는 것에 숨겨진 자기모순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철학적 제스처다. 19세기 브라질 작가가 21세기 디지털 감시 자본주의와 알고리즘적 주체성의 문제를 예견했다는 것은 경이롭다.
※독서 모임에서 다룰 수 있는 논제
● 의학적 담론은 지배의 도구가 될 수 있는가?
● 디지털 정체성과 알고리즘적 자아 규정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새로운 형태의 '정상성' 체제에 속고 있는가?
● 타자에 대한 공포와 배제의 메커니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광기란 이성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면, 오늘날 우리의 '합리적' 판단과 디지 털 자아 구성은 어떤 광기에 기반하고 있을까?
이 고전은 현대인의 정신적 위기에 대한 탁월한 풍자이자, 자기성찰의 거울입니다. 표면적 유머 아래 숨겨진 철학적 심연을 경험하기 좋은 책입니다.
#정신과의사 #마샤두지아시스 #푸코와광기 #니체철학 #권력담론 #계몽주의비판 #인식론적전환 #근대성비판 #지적에세이 #비평적사고 #문학과철학 #인문학깊이읽기 #비판이론 #고전문학의지성 #페이소아 #라틴문학 #철학적사유 #시대를초월한고전 #브라질문학거장 #문학적깨달음 #OAlienista
#정상이란무엇인가 #고전읽기 #풍자문학 #오늘의책 #책추천 #유머와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