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바움가트너를 읽는 법

by 김설

폴 오스터의 마지막 소설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바움가트너’는 폴 오스터의 마지막 인사이자, 남겨진 자의 고요한 철학이다. 아내를 잃은 철학자, 바움가트너의 일상은 무너지는 듯하면서도 평온하게 이어진다. 지나치다 싶을만큼 디테일한 묘사 덕분에 독자는 어느새 깊은 애도의 감정 속으로 빨려들게 되고, 노년의 외로움과 삶의 무게에 조용히 잠식당하게 된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자면, 이 책은 쉽지 않다.
몽환적인 서술은 현실과 과거, 꿈과 현재를 뒤섞어 놓았다. 어느 순간엔 ‘지금 이 장면이 실제인가?’ 하는 혼란이 들기도 했다. 읽기 어려은 소설을 만나면 늘 하게 되는 질문과 다시 마주쳤다. 철학적인 사유는 아름답지만, 때론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는구나. 생각해보면 언제나 내게 비슷한 질문을 던진 폴 오스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되는 건, '무너지지 않는 인간 바움가트너'가 전하는 존재의 품위와 지성 때문이다.
또한 삶이란 무엇인가, 죽음은 무엇을 남기는가. 이 묵직한 질문에 대해 작가는 직접적인 대답 대신, 삶 자체를 보여줬다.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줄거리를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을 내려놓고, 그저 문장과 감정에 집중한다. 이야기의 흐름보다 감정의 결 따라가는 독서가 이 책에 더 어울린다. 말하자면 '이해'로 읽는 것이 아닌 '감각'으로 읽는 책이라는 뜻이다. 바로 이 지점이 난해한 소설에 접근할 때 보여지는 장벽같은 것이기도 하다.

‘바움가트너’는 철학 소설을 꺼리는 독자에게는 도전이 될 수 있지만, 폴 오스터 특유의 서정성과 사유를 천천히 음미하고 싶은 분들에겐 더없이 고요하고 깊은 독서 경험이 되어줄 것 같다.



읽는 내내 몰입했지만, 어떤 장면에서는 고개가 갸웃해졌다. 70세의 바움가트너가 젊은 여성과의 두 번째 결혼을 염두에 두는 장면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으로, 이 장면은 철학자의 고요한 사유 속에 끼어든 현실감 없는 아니면 지나치게 현실적인 욕망처럼 느껴졌다.

그의 고독이나 상실감엔 깊이 공감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왜 이런 설정이 필요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폴 오스터의 응큼한 속내가 아닐까 지레짐작까지 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도 욕망은 남지만, 그 욕망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일 때 오히려 인물의 존엄을 깎아먹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독자에게 이걸 알려주려는 의도였나?

늙은 남자의 헛된 욕망처럼 읽히는 이 장면은, 독자로서 작가의 시선이 시대에 맞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지만 그 불편함마저도 작가가 남긴 '삶의 진실'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책장을 덮은 후에도 꽤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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