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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 없는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사물의 소멸| 한병철

by 김설

사물의소멸|한병철|김영사|2022.9.5

예전보다 더 많은 물건과 정보를 소비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든 연결되어 살아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을 붙일 만한 뭔가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과거의 사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닳고 바래지만, 그 안에 추억이 차곡차곡 쌓인다. 손때 묻은 가죽 가방, 구닥다리 스타일을 리폼한 치마나 내가 환장하는 빈티지 찻잔처럼 내 손길이 닿은 것들은 내 삶에 깊이를 만들어 주었다. 이런 사물들은 단순히 기능적인 도구가 아니었고 존재감이 분명했다.

하지만 시대가 많이 변했다. 사물은 점점 더 가벼워지고, 일회용처럼 소비된다.
디지털 이미지, 알고리즘, 빠른 생산과 폐기 속에 촉감도, 무게도, 시간조차도 느낄 수 없다. 이것이 저자가 말한 사물의 소멸이다.

많은 정보를 접하지만 기억에 남지 않고, 소유한 물건은 넘치지만 오래 쓰지 않는다.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고, 신상만 의미 있는 세상이라서 끊임없이 소비와 선택을 해야 한다. 자유로운 것 같지만, 사실은 예전보다 피로하고 공허하다.

사물에는 시간이 깃들어 있어야 하고, 그 시간이야말로 인간에게 깊이와 정서를 회복시켜주는 열쇠라고 저자가 말했다.
무겁고, 오래되고, 낡았지만 그래서 아름다운 것들, 그런 사물들과 다시 연결될 때, 진짜로 사는 느낌을 되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빈티지 찻잔을 좋아하고 장식장에 모아 놓은 이유가 사는 느낌을 얻고 싶었건 거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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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소통은 인간관계를 심각하게 저해한다. 오늘날 우리는 어디에서나 연결망에 속해 있지만 그럼에도 서로 결합되어 있지 않다. 디지털 소통은 외연적이다. 그 소통은 집약성을 결여하고 있다. 연결망에 접속하기는 관계 맺기와 다르다. 너'는 오늘날 어디에서나 '그것'으로 대체된다. 디지털 소통은 인간적인 상대, 얼굴, 바라봄, '지금 여기있음 korperliche Gegenwart 을 없앤다. 그렇게 디지털에 몸소소통은 타자의 사라짐을 가속한다. 유령들은 같음의 지옥에 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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