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관찰일기를 씁니다
오늘은 아이와 함께 정신과에 다녀왔다. 엄마 상담 시간이었다. 엄마 상담이라는 것은 들춰내고 싶지
않은 과거로의 여행이다. 당시의 양육 환경과 뒤틀렸던 부모의 태도를 현실로 가져와서 정면으로 바라보는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아프고 피가 철철 흐르지만 피를 닦아내고 벌어진 상처를 봉합하고 약을 발라야 한다. 그러려면 잊고 싶은 과거, 내 삶의 뒤편으로 가서 그때 통과했던 골목길을 배회해야 한다. 누군가가 함께 해줄 수 없는 고독한 시간이다. 바위처럼 크고 무거운 고독이다.
특별한 삶이 있다고 믿었다. 노력하면 나도 특별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에게 특별한 삶을 선물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하지만 이 세상에 특별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특별한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못났던 과거의 나를 기록으로 남긴다. 상처가 빼곡하게 적힌 기록을 천천히 다시 읽는다. 기록을 읽는 시간이면 과거의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계속해서 깨닫게 된다. 그때서야 조금씩 괜찮은 사람이 되어 간다. 체험을 통해서만 바뀌는 존재가 인간이라면 나는 기꺼이 뼈아픈 순간을 체험해야 한다. 지금 이 고비를 넘으면 조금은 달라진 인간이 되길 바랄 뿐이다. 제발 용기를 잃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