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과 대기실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모이는 곳

by 김설









정신과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천천히 주위를 살핀 건 처음이었다. 작은 실핀 하나가 떨어져도 멀리 앉아있는 사람에게 들릴듯한 적막한 공간이다. 접수를 받는 간호사도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도 남이 들으면 안 되는 둘만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처럼 소곤거린다. 나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숨겨야 하는 병인가. 왜 모두들 들키면 안 되는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의 얼굴로 앉아 있는가. 적막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기자는 많다. 앉을 의자가 없어서 아까부터 서있었다. 나는 병원에 올때마다 태평해 보이는 사람도 마음의 밑바닥을 두드려보면 어디선가 슬픈 소리가 난다던 나쓰메 소세키의 말을 자주 떠올린다.

정신과에 오는 사람은 하루의 시간을 온통 병원에 쓰기로 마음먹은 사람들 같다. 재촉하는 법도 없고 조급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다. 차례가 오기만을 무심하게 그냥 기다리는 것이다. 진료실에 들어가면 할 말 많아지는 사람도 있고 말은 없지만 하염없이 울어야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대기실에 있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모두 경험자들이기 때문이다. 진료 시간은 삼십 분이 될 수도 있고 십 분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예측 불가능해서 급하다고 혼자만 서두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조용히 오랫동안 기다린다.

가끔은 소란스러운 상황도 생긴다. 틱을 앓고 있는 아이나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가 진료를 기다릴 때다. 아무리 시끄러운 일이 생겨도 사람들은 불평을 하지 않는다 꼬질꼬질 땟국물이 흐르는 점퍼를 입은 여자와 손톱 밑에 기름때가 잔뜩 낀 손을 가진 남자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와 함께 앉아 있다. 부모는 초조한지 연신 아이의 등을 어루만지며 가끔가다 한숨을 쉰다. 아이는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휴대폰 게임에만 빠져있다. 법 같은 건 모르고 살 것 같은 부부의 얼굴에 슬픔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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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에는 연약한 얼굴을 한 사람들과 마음의 상처로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뿐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착하게 살다가 무자비한 사람들과 상황에 짓밟혀 시들시들한 상태가 되어 찾아온 것이다. 새싹처럼 연하고 여린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남에게 받은 상처를 돌려주는 방법을 모르고 자신의 몸 안에 저장하고 또 저장하다가 마음의 병으로 만들어버린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두려워 가족들에게도 직장에도 병원에 다닌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소외된 사람들. 병원 기록이 남는 게 두려워서 보험 혜택을 포기하고 일반으로 진료받고는 몇 배로 비싼 병원비를 감당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










환자가 치료자를 찾는 이유는 신경증을 치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완성하기 위해서다 –카렌 호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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