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조심

나의 말을 흙탕물이다

by 김설










나의 불행은 언제나 내 입에서 시작된다. 사람은 긍정적인 말보다 부정적인 말을 다섯 배가 강하게 받아들인다고 한다. 그러므로 한 번의 비난을 받으면 다섯 번의 칭찬을 받아야만 그나마 예전의 마음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아이를 긍정해준 적이 별로 없다. 내가 긍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지나친 긍정이 불러올 문제들을 염려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인 아이가 되기를 바랐다. 참 뻔뻔했다.






불안을 이기지 못해서 말을 했다. 『빨리 약 먹어』 하지 말아야 할 말이 나와버렸다. 말이라는 것은 그저 되는대로 문법과 어순에 맞춰 사용해서는 안된다. 아름다우면서 힘을 지닌 말을 하려면 여러 번 다듬어서 내봐야 한다. 아이를 당장 즐겁게 해 줄 말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설사 있더라도 마음에 들어가 앉지 못하는 말일뿐이다. 딸의 인생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는 말을 하려면 깊은 고독을 통과했거나 오랜 사유의 시간을 지났어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최소한 내가 진실로 사람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나는 그런 사람인가.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어버린 사람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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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요즘 위태롭고 아슬아슬하다. 시간 단위로 기분이 변하고 식이 장애를 의심할 정도로 먹는 양이 들쑥날쑥하다. 배가 고프지는 않은지. 기분이 어떤지. 습관처럼 질문을 한다. 대답을 듣기 위해서는 아니다.

아마도 나는 아이가 빨리 달라져서 내 기분이 좋아지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아이의 변화에 따라 내 마음이 달라지는 것은 위험하다. 이쯤에서 선을 긋는다. 생각의 방향을 바꿔본다. 아이가 달라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솔직히 그게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나. 살기 위해 애를 쓰는 일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딸은 딸 대로 나는 나 대로 살기 위해 애를 쓰면 되는 일이다. 딸도 그러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딸에게 뭘 하고 싶은 지 물어본 적이 있다. 뜻밖에도 몹시 단순하고 소박해서 깜짝 놀랐다. 내가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무사유의 인간이라는 사실이 놀라워서 더 깜짝 놀랐다.



나의 말은 흙탕물이다. 물 잔에 담아 놓고 시간이 흐르길 기다려야 한다. 더러운 물이 가라앉으면서 물은 점점 맑아진다. 맑은 물로 만들려면 계속해서 걸러내야 한다. 그만큼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 책임감 없는 말, 비겁한 말, 회피하는 말만 없애도 지금보다는 무탈하게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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