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꿉니다

언젠가는 이루어질 꿈

by 김설










매일 오후 딸아이의 꿈 이야기를 듣는다. 아이의 꿈은 신기하게 하루도 빠짐없이 연속해서 상영된다.

꿈의 내용은 대부분 허무맹랑하고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이 수두룩하게 일어난다. 때로는 몸서리치게 징그럽고 듣기만 해도 기가 빨린다. 프로이트에게 꿈의 분석을 의뢰하지 않더라도 아이의 꿈이 범상하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어떤 날은 수많은 벌레의 습격을 받고 온몸을 물리거나 벌레 중

가장 대빵으로 보이는 벌레와 싸우고는 기진맥진한다. 전쟁터 한가운데서 죽는 엄마를 지켜봐야 하거나 총알을 피하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험이거나 난데없이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고 손가락에서 레이저가 나오고 악당을 물리치고는 영웅이 되는데 자신을 따르는 추종자는 초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들이다. 이 정도면 SF급 영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가끔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슬픈 드라마를 찍기도 하는지 자면서 흐느끼거나 큰소리로 엉엉 울다가 우는소리에 놀라 깨고는 방에서 나오면서 한마디 한다. 엄마! 나 또 꿈꿨어 꿈에 말이야...... 또 꿈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꿈에 관한 이야기라면 나도 어디 가서 뒤지지 않는 편이다. 유달리 생생한 꿈을 꾸는 날이면 엄마에게 해석을 해달라고 졸랐다. 엄마는 꿈해몽 백과사전을 통째로 외운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할 만큼 빠르고 확신에 찬 해몽을 척척 내놓았다. 아기가 꿈에 나왔다고 하면 너 어디 아프려나 보다 몸조심하거라. 신발이 작아져서 당황하는 꿈을 꾼 날에는 속상한 일이 있었구나. 하면서 나를 안심시켜 주시곤 했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그때처럼 여전히 꿈을 꾸느라 바쁘다. 어른이 되면 꿈도 어른다워지는지 대부분 현실과 연관성이 있는 꿈이다. 얼마 전에는 아이와 함께 신경정신과에 가는 꿈을 꿨다. 옷장에서 가장 화려하고 예쁜 옷을 골라 입고 아이와 나란히 의사 앞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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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병원에 안 오셔도 됩니다."





꿈같은 이 이야기는 진짜 꿈속의 이야기고 나로 하여금 꿈이 아니었으면 하는 꿈을 꾸게 한다. 3년 동안 매일같이 생각했던 소망이라 그런 지 한 달에 한 번은 재방송되는 꿈이다. 꿈이 현실이 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혹시 그 꿈이 실현되는 날이 아직 멀었다고 해도 예전처럼 두려움에 빠져있지는 않을 것이다. 현실에서는 더 이상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아이가 가장 먼저 느낄 것이다. 꿈이 말해주는 대신 아이가 말해줄 것이다.




"엄마 이제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우리는 함께 아팠고 아팠던 만큼 성장했다. 이제는 고통에 대해서 말하는 것도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아직은 꿈꿀 권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dream comes 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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