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라

당신은 아름답다

by 김설







나는 오늘도 발행할 글과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돈이라고 괜히 한번 불러본다. 이 한 음절의 단어와 나는 애증의 관계다. 돈 이야기는 참 신기하다. 돈이라는 것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에 머물다가 어디로 갈지 모두들 궁금해 하지만 막상 대놓고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가. 그게 아니면 돈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을 불쌍하게 보거나 머릿속에 돈 생각만 꽉 차있는 자본주의에 찌든 어딘가 못난 인간으로만 여기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돈을 의식하고 있다는 건 이미 돈에 자유롭지 못한 인간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예전에 직장 동료로 지내던 분이 자신의 입출금 통장에 잔고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매달 자동이체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 몇 년째 모르고 지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돈을 의식하지 않는 삶에서 나는 자유의 냄새를 맡으며 굉장히 부러워했었다.

돈이라는 예민한 주제를 가지고 뭐라도 쓰고 싶은 이유는 그동안 돈에 관한 완전하고도 정직한 글을 만나보지 못해서다. 돈에 관한 담론은 수없이 읽었지만 대부분 돌려서, 우회적으로, 점잖게, 마치 남의 얘기를 전하듯 쓰인 글들 뿐이었다. 대놓고 말해야 속이 시원해지는 성격의 소유자인 나는 돈에 대해 조금 뻔뻔해지기로 했다.

발행자들은 가난한 예술가와 닮았다. 돈에 대해서 만큼은 우아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도 현실에서는 미친 듯이 돈을 벌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 간극 사이에서 언제나 갈등 중이다.

항상 무언가를 끄적거리고 사진을 찍거나 저장을 하고 틈만 나면 발행을 한다. 잠을 설쳐가며 할 때도 있다. 그런 일에 빠져 있을 때면 마치 나도 모르게 숨어있던 잠재력이 마구 튀어나오는 기분이 들면서 삶을 지금보다 더 그럴듯하게 꾸려 나갈 수도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언제나 발목을 잡는 건 돈이다. 내일의 발행을 위해 밤을 새우고 창밖으로 어스름 새벽이 밝아오면 돈벌이를 해야 하는 현실이 눈앞에 나타난다. 밤새 끄적인 글을 발행하고 나면 고단함이 밀려오지만 몸을 일으켜 세운다. 졸린 눈을 억지로 비비고는 하루 종일 고객의 컴플레인을 처리해야 하는 콜센터로 출근을 한다. 절친한 동료 발행자의 삶이다. 하물며 그는 그동안 발행했던 글을 몪어서 두 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다. 나는 그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발행이 돈이고 돈이 곧 발행으로 선순환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

우리가 조금 더 행복한 발행자가 되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니, 무엇을 놓쳤길래 정말 좋아하는 일만을 고집하지 못할까.














사람은 누구나 어쩔 수 없이 하는 일 말고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일을 하고 싶은 법이다.

그 일을 찾은 이상 더 고민할 필요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꾹 참고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수없이 많다. 하기 싫은 일이 본업이 되고 하고 싶은 일은 어느새 슬그머니 사라지는 일도 생긴다. 발행자가 그토록 원하던 일은 허황된 꿈으로 전락해 버리거나 영영 꿈을 잃어버린 사람이 된다. 사람들은 그를 현실로 돌아온 탕자쯤으로 여긴다. 꿈을 잃는 건 이토록 쉬운 일이다.

나는 요즘 발행자 동료를 잃을까 두렵다. 피곤에 찌든 그의 모습을 볼 때면 그가 밤새 써놓은 빛나는 문장들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될까 봐 겁이 난다.


발행자들은 숙명처럼 우물쭈물한다. 힘차게 나아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뭉개자니 돈이 없고 따라서 자신감도 없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발행 능력자들이 치고 나간다. 어느 틈엔가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그나마 몇 개 있던 발행처들도 하나둘씩 떨어져 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행자가 발행자 동료에게 해줄 말은 남아있다. 당신이 언제까지나 발행자의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그냥 그 자리에 있어라. 나처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냥 있어라.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 때려치우고 싶더라도 눈물이 앞을 가리더라도 누군가에게 무시를 당하는 날이 있더라도 버텨라. 그리고 당신의 재능만 생각하라. 당신은 그때가 가장 뜨겁고 가장 아름다웠다.